
피아노를 조율하던 손끝이 금고의 다이얼을 돌리기 시작한다. 튜너(Tuner)는 레오 우달, 더스틴 호프만 주연의 2026년 범죄 스릴러로, 청각 과민증(hyperacusis) 때문에 더 이상 연주할 수 없게 된 한 천재 음악가가 자신의 예민한 귀를 금고 털이에 활용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로튼 토마토 94%라는 압도적 평가를 받으며 2026년 상반기 가장 세련된 인디 스릴러로 자리매김한 이 작품을, 출연진부터 결말까지 낱낱이 파헤쳐 본다.
튜너(Tuner) 기본 정보
| 감독 | 다니엘 로허 (Daniel Roher) |
| 각본 | 로버트 램지, 다니엘 로허 |
| 출연 | 레오 우달, 더스틴 호프만, 하바나 로즈 리우, 장 르노, 리오르 라즈 |
| 장르 | 범죄 / 스릴러 / 드라마 |
| 러닝타임 | 108분 |
| 개봉일 | 2026년 5월 22일 (미국) |
| 등급 | R (언어, 일부 폭력, 약물 사용) |
| 제작비 | 약 700만 달러 |
| 배급 | 블랙 베어 픽처스 |
줄거리 — 소리로 금고를 여는 남자
뉴욕의 노련한 피아노 조율사 해리 호로위츠(더스틴 호프만)의 견습생으로 일하는 니키 화이트(레오 우달). 한때 촉망받는 피아니스트였던 니키는 청각 과민증 때문에 더 이상 연주할 수 없게 됐다. 일반인이 듣지 못하는 미세한 소리까지 포착하는 그의 귀는 축복이자 저주다.
음악원에서 피아노를 조율하던 중 재능 있는 피아니스트 루시 웨이먼(하바나 로즈 리우)을 만나 마음이 흔들리는 한편, 부유한 고객의 저택에서 우연히 금고를 열어버린 니키는 이스라엘 출신 도둑 일당의 리더 우리(리오르 라즈)로부터 본격적인 제안을 받게 된다. 자신의 예민한 청각을 금고 크래킹에 활용하라는 것.
음악에 대한 미련, 루시에 대한 감정, 그리고 점점 깊어지는 범죄의 세계 사이에서 니키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연출 분석 — 소리를 시각화하는 감독, 다니엘 로허

다니엘 로허 감독은 다큐멘터리 나발니(Navalny)로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바 있는 감독이다. 극영화에서도 그의 다큐멘터리적 감각은 빛을 발한다. 튜너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소리를 촉각적으로 느끼게 만드는 연출이다. 니키가 금고 다이얼을 돌릴 때 관객은 그의 귀가 되어 미세한 클릭음 하나하나를 함께 감지하게 된다.
평론가들은 이 영화의 사운드 디자인을 위플래시(Whiplash)에 비견했다. 위플래시가 드럼의 비트 하나하나를 관객의 심장에 꽂았다면, 튜너는 피아노 건반의 울림과 금고 내부의 기계음을 통해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700만 달러라는 비교적 소규모 예산으로 이 수준의 음향 경험을 만들어낸 것은 로허 감독의 뛰어난 역량을 보여준다.
카메라는 니키의 손끝과 귀를 집요하게 따라가며, 클로즈업과 앰비언트 사운드의 조합으로 범죄 스릴러라는 장르에 거의 ASMR에 가까운 감각적 경험을 불어넣었다.
출연진 — 레오 우달의 스타 탄생



레오 우달 — “차세대 스타의 탄생”
레오 우달은 넷플릭스 드라마 원 데이(One Day)로 전 세계적 인지도를 얻은 영국 배우다. 튜너에서 그는 조용하고 내성적이면서도 내면에 거대한 갈등을 품은 니키 화이트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로튼 토마토의 비평 합의문이 “레오 우달을 매력적인 스타 재목으로 선언한다”고 적을 정도로, 이 영화는 그의 커리어를 결정짓는 작품이 됐다.
니키가 금고 앞에서 눈을 감고 다이얼에 귀를 기울이는 장면들은 연주자가 악기와 하나가 되는 순간처럼 묘사된다. 우달은 손끝의 미세한 떨림, 호흡의 변화, 눈동자의 움직임만으로 캐릭터의 긴장과 쾌감을 동시에 전달하는 섬세한 연기를 보여준다.
더스틴 호프만 — 노장의 여유
88세의 더스틴 호프만은 “행복한 노인 모드”로 해리 호로위츠를 연기하며 영화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었다. 니키에게 아버지이자 스승 같은 존재인 해리는, 호프만 특유의 자연스러운 유머와 깊은 인간미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레인맨에서 보여준 인간적 깊이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건재함을 증명하는 연기다.
하바나 로즈 리우 & 장 르노

하바나 로즈 리우는 니키의 음악적 영혼을 일깨우는 피아니스트 루시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범죄의 세계로 빠져드는 니키에게 음악이라는 본래의 길을 상기시키는 캐릭터로, 리우의 절제된 연기가 로맨스 라인에 진정성을 부여한다.
장 르노는 미스터리한 유럽 범죄 조직의 인물 마리우스 역으로 출연하며 특유의 묵직한 카리스마를 발휘한다. 비중은 크지 않지만, 그가 등장하는 장면마다 서늘한 긴장감이 흐른다.
음악 & 사운드 디자인 —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
튜너를 이야기하면서 사운드를 빼놓을 수 없다. 작곡가 윌 베이츠(Will Bates)가 만든 스코어는 클래식 피아노와 전자음을 절묘하게 블렌딩하여, 음악의 세계와 범죄의 세계가 교차하는 니키의 이중 생활을 청각적으로 표현한다.
특히 금고 크래킹 시퀀스에서의 사운드 디자인은 압권이다. 다이얼이 돌아가는 소리, 핀이 맞물리는 클릭, 니키의 숨소리까지 모든 것이 하나의 교향곡처럼 구성된다. 로저 이버트닷컴의 리뷰가 “완벽하게 피치가 맞는 금고 털이 스릴러”라고 평한 것은 이 사운드 경험 때문이다.
랜디 뉴먼이 아닌 윌 베이츠를 음악감독으로 기용한 것은 로허 감독의 탁월한 선택이었다. 베이츠의 미니멀한 접근법은 화려한 오케스트라 대신 소리의 부재와 존재 사이의 긴장을 극대화하며, 관객을 니키의 청각 세계 안으로 완전히 끌어들인다.
비하인드 & 트리비아
텔루라이드 프리미어의 열광
튜너는 2025년 8월 30일 제52회 텔루라이드 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를 가졌다. 상영 직후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화제를 모았고, 여러 배급사가 경쟁적으로 배급권을 노렸다. 결국 블랙 베어 픽처스가 배급을 맡아 2026년 5월 극장에서 관객을 만났다.
레오 우달의 피아노 특훈
레오 우달은 촬영 전 약 4개월간 집중적으로 피아노를 배웠다고 알려져 있다. 영화 속 연주 장면의 상당 부분이 실제 우달의 손이며, 이는 클로즈업 장면의 진정성에 크게 기여했다. 또한 금고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 실제 금고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했다는 비화도 전해진다.
다니엘 로허 감독의 장르 전환
아카데미 다큐멘터리상 수상작 나발니로 유명한 다니엘 로허 감독에게 튜너는 본격적인 극영화 데뷔에 해당한다. 로허는 인터뷰에서 “다큐멘터리에서 배운 가장 중요한 것은 인물의 진짜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었고, 그 감각을 극영화에도 그대로 가져왔다”고 밝혔다.
700만 달러의 기적
제작비 700만 달러로 만들어진 튜너는 박스오피스에서 약 190만 달러를 벌어들여 흥행 면에서는 기대에 못 미쳤다. 하지만 로튼 토마토 94%라는 경이적 평가와 함께, 향후 스트리밍에서의 흥행이 기대되는 작품이다. 소규모 예산 영화가 대형 블록버스터 사이에서 비평적 성공을 거두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에, 튜너의 성취는 더욱 값지다.
이 영화를 좋아한다면 — 추천 작품
위플래시(Whiplash, 2014) — 음악과 집착의 경계를 탐구한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걸작. 튜너가 소리를 통한 긴장감 구축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평가받는 바로 그 영화다. 드럼 비트 하나하나가 공포로 변하는 경험은 튜너의 금고 크래킹 시퀀스와 일맥상통한다.
드라이브(Drive, 2011) — 과묵한 주인공이 범죄 세계에 발을 들이는 구조, 미니멀한 대사와 강렬한 음악의 조합이 튜너와 닮은 꼴이다. 라이언 고슬링의 절제된 연기는 레오 우달의 니키 화이트를 연상시킨다.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1979) — 더스틴 호프만의 연기력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다면 필수 관람작. 튜너에서 보여준 따뜻한 멘토 연기의 뿌리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총평: 10점 만점에 8점
튜너는 소리라는 감각을 매개로 범죄 스릴러의 새로운 결을 보여주는 영화다. 레오 우달이라는 배우의 잠재력을 폭발시키고, 더스틴 호프만의 노장 카리스마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며, 무엇보다 사운드 디자인 하나만으로도 극장에서 볼 가치가 충분한 작품이다. 스토리의 후반부가 다소 공식적인 범죄 영화의 패턴을 따르는 아쉬움이 있지만, 전체적인 완성도는 올해 나온 스릴러 중 단연 돋보인다.
| 스토리 | ★★★★☆ |
| 연출 | ★★★★☆ |
| 연기 | ★★★★☆ |
| 음악/사운드 | ★★★★★ |
| 비주얼 | ★★★☆☆ |
| 총점 | 8 /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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