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봉 8년이 지난 지금까지 “This Is Me”의 합창이 울려 퍼지는 영화가 있다. 마이클 그레이시 감독의 장편 데뷔작 위대한 쇼맨(The Greatest Showman, 2017)은 미국 서커스의 아버지 P.T. 바넘의 이야기를 화려한 뮤지컬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비평가들의 엇갈린 평가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4억 5천만 달러 이상의 흥행을 기록했고, 사운드트랙 앨범은 빌보드 200 1위를 차지했다. 비평과 흥행 사이의 이 극적인 괴리 자체가, 이 영화가 가진 특별한 힘을 증명한다.
기본 정보
| 원제 | The Greatest Showman |
| 개봉 | 2017년 12월 20일 |
| 감독 | 마이클 그레이시 |
| 각본 | 빌 콘돈, 제니 빅스 |
| 음악 | 벤지 파섹, 저스틴 폴 (작사·작곡) |
| 러닝타임 | 104분 |
| 장르 | 뮤지컬 / 드라마 / 전기 |
| 제작비 | 8,400만 달러 |
| 흥행 수익 | 약 4억 5,900만 달러 (전 세계) |
| 출연 | 휴 잭맨, 잭 에프론, 미셸 윌리엄스, 레베카 퍼거슨, 젠데이아 |
줄거리
P.T. 바넘(휴 잭맨)은 가난한 재단사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상류층 소녀 채리티(미셸 윌리엄스)와 사랑을 이루겠다는 꿈을 품고 자란다. 성장 후 채리티와 결혼에 성공하지만 여전히 가난한 생활을 이어가던 바넘은, 은행 대출을 받아 ‘바넘의 미국 박물관’을 연다. 초기에는 밀랍 인형 전시로 시작했으나 관객의 반응이 신통치 않자, 그는 수염 난 여성, 키가 매우 작은 남성, 체구가 큰 남성 등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모아 ‘프릭 쇼’를 기획한다.
쇼는 대중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지만, 언론과 상류사회는 이를 저질 오락이라 비난한다. 사회적 인정을 갈망한 바넘은 상류층 출신의 극작가 필립 칼라일(잭 에프론)을 영입하고, 유럽 최고의 오페라 가수 제니 린드(레베카 퍼거슨)의 미국 투어를 기획한다. 명성과 인정에 눈이 먼 바넘은 점차 가족과 단원들을 소홀히 하게 되는데, 진정으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기까지 그에게는 모든 것을 잃는 경험이 필요하다.
연출 분석 — 화려함 속의 감정선
마이클 그레이시는 이 영화로 장편 데뷔를 했다. CF와 뮤직비디오 출신 감독답게 그의 비주얼 감각은 뛰어나다. 오프닝 넘버 “The Greatest Show”에서 무대 위의 불꽃과 서커스 퍼포먼스가 어우러지는 화면, “A Million Dreams”에서 옥상의 빨래줄 사이를 걷는 어린 바넘과 채리티의 실루엣, “Rewrite the Stars”에서 공중 그네를 타며 회전하는 필립과 앤의 안무 — 모든 뮤지컬 넘버에 시각적 아이디어가 넘친다.
다만 서사적 측면에서는 한계가 분명하다. 바넘의 성공과 몰락, 그리고 재기까지의 여정이 104분이라는 비교적 짧은 러닝타임 안에 빠르게 전개되면서, 캐릭터 간의 갈등과 화해가 충분히 깊이 있게 다루어지지 못한다. 특히 바넘의 결정적 변화 순간이 감정적으로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은 타당한 지적이다. 그레이시는 뮤지컬 넘버의 에너지로 이 빈틈을 메우려 하며, 실제로 음악이 흐르는 동안은 그 전략이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촬영감독 시머스 맥가비의 카메라는 따뜻한 금빛 조명과 선명한 색채를 사용하여 바넘의 세계를 동화적으로 구현한다. 이 영화가 역사적 사실보다는 감정적 진실에 집중하고 있음을 시각적으로도 명확히 선언하는 셈이다.
연기 분석 — 휴 잭맨의 무대 장악력



휴 잭맨은 이 영화의 존재 이유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경력이 있는 그는 노래, 춤, 연기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바넘이라는 캐릭터에 카리스마와 인간미를 동시에 부여한다. “The Greatest Show”에서의 에너지 넘치는 퍼포먼스, “From Now On”에서 모든 것을 잃은 뒤 단원들과 함께 부르는 절규 — 잭맨은 매 순간 무대를 완벽히 장악한다. 이 영화의 기획 단계부터 바넘 역에는 오직 잭맨만이 거론되었으며, 그는 약 7년간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잭 에프론은 하이스쿨 뮤지컬 시리즈 이후 뮤지컬에서 멀어져 있었지만, 이 영화에서 성인 배우로서의 뮤지컬 역량을 다시 증명했다. 특히 잭맨과 함께하는 “The Other Side” — 바에서 서로를 설득하는 듀엣 넘버 — 는 두 배우의 케미가 폭발하는 장면으로, 촬영 당시 하루 만에 완성한 원테이크에 가까운 호흡을 보여준다.
젠데이아는 공중곡예사 앤 휠러 역으로 우아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Rewrite the Stars”에서의 공중 안무는 이 영화의 가장 시각적으로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다. 키알라 세틀은 수염 난 여성 레티 역으로 영화의 가장 강력한 넘버 “This Is Me”를 부르며, 소외된 존재들의 자기긍정이라는 영화의 핵심 메시지를 가장 직접적으로 전달한다.
음악 — 벤지 파섹과 저스틴 폴의 마법
이 영화의 최대 강점은 단연 음악이다. 라라랜드에 이어 벤지 파섹과 저스틴 폴이 작사·작곡을 맡았으며, 두 사람은 현대적 팝 감성과 뮤지컬 전통을 절묘하게 결합했다.
“A Million Dreams”는 바넘의 어린 시절부터 이어지는 꿈의 테마를 아름다운 멜로디로 담아내며, 영화의 감정적 기반을 구축한다. “The Other Side”는 잭맨과 에프론의 케미를 극대화하는 업비트 듀엣으로, 빅밴드 재즈의 에너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Never Enough”는 레베카 퍼거슨이 연기하고 로렌 앨러드가 대신 부른 파워 발라드로, 바넘이 추구하는 인정의 끝없는 갈증을 상징한다.
그러나 이 영화의 음악적 정점은 “This Is Me”다. 키알라 세틀이 부른 이 곡은 제75회 골든 글로브 주제가상을 수상했고, 제90회 아카데미 주제가상 후보에 올랐다. 사운드트랙 앨범은 2018년 빌보드 200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영국에서는 11주 연속 1위라는 기록을 세웠다. 앨범 판매량은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장에 달한다.
비하인드 & 트리비아
7년간의 기획: 위대한 쇼맨은 기획부터 개봉까지 약 7년이 걸린 프로젝트다. 휴 잭맨은 2009년 아카데미 시상식 사회를 본 직후 이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였고, 이후 여러 스튜디오와 감독이 교체되는 과정을 거쳤다. 20세기 폭스가 최종적으로 제작을 맡았고, CF 감독 출신의 마이클 그레이시가 연출을 맡게 되었다.
“This Is Me”의 탄생: 키알라 세틀은 원래 워크숍에서 이 곡을 처음 불렀을 때 너무 긴장하여 보면대 뒤에 숨어서 노래했다고 한다. 그러나 노래가 진행되면서 점차 보면대를 밀어내고 무대 앞으로 나왔는데, 이때 잭맨을 비롯한 참석자 전원이 기립박수를 보냈다. 이 워크숍 영상은 유튜브에 공개되어 수천만 회 조회를 기록했으며, 영화 홍보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휴 잭맨의 부상: 촬영 중 잭맨은 코 수술을 받아야 했는데, 수술 후 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조기에 촬영에 복귀하여 “From Now On” 넘버를 촬영했다. 촬영 도중 수술 부위에서 피가 났지만, 잭맨은 노래를 멈추지 않고 완성했다. 이 장면의 일부는 실제로 영화에 사용되었다.
비평과 흥행의 극적 대비: 개봉 당시 로튼 토마토 비평가 점수는 56%에 불과했다. 평론가들은 역사적 사실의 미화, 얕은 서사, 지나친 현대적 음악 등을 지적했다. 그러나 관객 점수는 86%에 달했고, 북미 개봉 첫 주 불과 870만 달러로 시작한 흥행은 입소문을 타고 올라가 결국 전 세계 4억 5,9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런 ‘역주행 흥행’은 2010년대 할리우드에서 가장 이례적인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역사적 P.T. 바넘과의 차이: 이 영화는 실제 P.T. 바넘의 삶을 상당히 미화하여 그렸다. 역사 속 바넘은 초기에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 조이스 헤스를 161세 노예라고 속여 전시한 전력이 있으며, ‘프릭 쇼’의 출연자들을 인도적으로 대우했다는 증거는 논쟁적이다. 영화가 바넘을 포용과 다양성의 옹호자로 그린 것은 역사적 정확성보다는 감정적 메시지에 충실하기 위한 창작적 선택이었다.
잭 에프론과 젠데이아의 스턴트: “Rewrite the Stars” 장면에서 두 배우는 대부분의 공중 안무를 직접 수행했다. 약 3주간의 트레이닝을 거쳤으며, 와이어에 매달린 채 촬영한 회전 장면은 실제 물리적으로 매우 힘든 촬영이었다고 두 배우 모두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이 영화를 좋아한다면
위대한 쇼맨의 화려한 뮤지컬 에너지가 마음에 들었다면, 다음 작품들도 추천한다.
- 물랑 루즈! Moulin Rouge! (2001) — 바즈 루어먼 감독의 화려하고 파격적인 뮤지컬. 현대 팝송을 시대극에 결합한 주크박스 뮤지컬의 대표작으로, 시각적 화려함과 감정적 깊이를 동시에 추구한다.
- 라라랜드 La La Land (2016) — 같은 작곡팀(벤지 파섹, 저스틴 폴)이 참여한 뮤지컬 영화. 꿈을 향한 열정과 사랑 사이의 갈등을 아름다운 음악으로 그려낸다.
- 시카고 Chicago (2002) —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영화화. 화려한 무대 퍼포먼스와 날카로운 사회 풍자가 공존하는 작품이다.
총평
위대한 쇼맨은 지금 다시 봐도 빛나는, 21세기 뮤지컬 영화의 대표작이다. 서사적 깊이 면에서 아쉬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벤지 파섹과 저스틴 폴의 음악, 휴 잭맨의 압도적 무대 장악력, 그리고 “This Is Me”로 대표되는 자기 긍정의 메시지는 시간이 지나도 관객의 가슴을 뛰게 만든다. 역사적 정확성과 극적 완성도 사이에서 후자를 택한 이 영화는, 완벽하지 않지만 진심으로 가득 찬 쇼와 같다. OTT나 블루레이로 감상하면서 “This Is Me”를 함께 따라 부르길 권한다. 음악의 힘이 모든 단점을 압도하는, 그런 특별한 영화다.

| 스토리 | ★★★☆☆ |
| 연출 | ★★★★☆ |
| 연기 | ★★★★☆ |
| 음악 | ★★★★★ |
| 비주얼 | ★★★★★ |
| 총점 | 8 / 10 |
이미지 출처 안내
본 글에 사용된 영화 포스터, 스틸컷 및 배우 프로필 이미지는 TMDB (The Movie Database)에서 제공받았습니다. 해당 이미지의 저작권은 각 영화 배급사 및 관련 권리자에게 있습니다.
This product uses the TMDB API but is not endorsed or certified by TMD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