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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리뷰: 멀티버스로 증명한 사랑의 힘, 아카데미 7관왕의 기적

·A24, SF 로맨스, 가족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포스터

2022년, 할리우드에 전례 없는 태풍이 불었다. 독립 영화 배급사 A24가 내놓은 저예산 영화 한 편이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쓸며 역사를 새로 쓴 것이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 제목부터 범상치 않은 이 영화는 멀티버스를 배경으로 한 가족 드라마이자, 황당무계한 코미디이자, 가슴 벅찬 액션 블록버스터였다. 예산 2,500만 달러로 전 세계 1억 3,900만 달러의 수익을 거두며 흥행에도 성공했지만, 이 영화의 진짜 가치는 숫자 너머에 있다.

지금 다시 봐도 여전히 강렬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깊은 울림을 주는 작품. 오늘은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 7관왕의 신화를 쓴 이 영화를 깊이 있게 되짚어본다.

영화 기본 정보

항목 내용
원제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개봉일 2022년 3월 24일
러닝타임 140분
장르 액션 / 모험 / SF
감독 다니엘 쉐이너트 & 다니엘 콴 (다니엘즈)
배급 A24
TMDB 평점 7.7/10 (7,752명)
예산 / 수익 2,500만 달러 / 1억 3,900만 달러

줄거리: 세탁소 아줌마가 멀티버스를 구한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스틸컷

에블린 왕(양자경)은 남편 웨이먼드(키 호이 콴)와 함께 미국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중년의 중국계 이민자다. 세금 문제, 까다로운 아버지 공공(제임스 홍), 그리고 커밍아웃한 딸 조이(스테파니 수)와의 갈등까지 — 에블린의 일상은 그야말로 혼돈 그 자체다.

그런 그녀 앞에 느닷없이 다른 차원의 웨이먼드가 나타나 충격적인 사실을 알린다. 멀티버스 전체를 위협하는 거대한 악이 존재하며, 모든 우주의 에블린 중 “가장 실패한” 이 우주의 에블린만이 그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 에블린은 무한한 평행 우주를 넘나들며 다른 자신들의 능력을 빌려 싸우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자신의 삶과 가족의 의미를 재발견하게 된다.

“그 어떤 인생을 살아도 나는 너를 구할 거야.” — 영화 태그라인

다니엘즈: 미친 상상력의 두 천재

이 영화를 만든 다니엘 쉐이너트(Daniel Scheinert)다니엘 콴(Daniel Kwan), 통칭 ‘다니엘즈(Daniels)’는 원래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출발한 듀오다. DJ 스네이크와 릴 존의 히트곡 「Turn Down for What」 뮤직비디오가 이들의 이름을 알린 작품이었다. 2016년에는 다니엘 래드클리프가 시체로 출연하는 기상천외한 영화 「스위스 아미 맨(Swiss Army Man)」으로 선댄스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며 독립 영화계에서 주목받았다.

다니엘즈의 작품 세계는 한마디로 ‘진지한 바보짓’이다. 황당하고 유치해 보이는 설정 속에 깊은 철학적 메시지를 숨겨두는 것이 이들의 특기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서도 핫도그 손가락 우주, 너구리 요리사 라따뚜이 패러디, 돌멩이가 된 채로 대화하는 장면 등 기상천외한 설정이 넘쳐나지만, 그 밑바닥에는 이민자의 정체성, 세대 갈등, 무조건적인 사랑이라는 보편적 주제가 흐르고 있다.

흥미로운 비하인드가 있다. 다니엘즈는 처음에 에블린 역으로 성룡을 염두에 뒀다고 한다. 남성 주인공의 액션 영화로 구상했던 것이 양자경 캐스팅 이후 중년 이민자 여성의 이야기로 완전히 탈바꿈하면서, 결과적으로 훨씬 더 깊고 독창적인 영화가 탄생한 셈이다.

캐스팅의 마법: 전설들의 귀환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멀티버스 장면

양자경 — 아시아 배우 최초의 쾌거

양자경(Michelle Yeoh)이 에블린 역에 캐스팅된 것은 이 영화의 가장 결정적인 선택이었다. 1962년 말레이시아 출생의 양자경은 1980-90년대 홍콩 액션 영화의 전설이다. 「폴리스 스토리 3: 슈퍼캅」에서 성룡과 호흡을 맞추며 직접 스턴트를 소화한 장면은 지금도 전설로 남아 있고, 007 시리즈 「투모로우 네버 다이」, 이안 감독의 「와호장룡」 등에서 이미 헐리우드에 이름을 알린 배우였다.

그러나 할리우드에서 아시아 여성 배우에게 주어지는 역할의 한계는 분명했다. 양자경은 수십 년간 헐리우드의 보이지 않는 천장과 싸워왔고, 60세에 이르러 마침내 아시아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역사를 썼다. 수상 소감에서 그녀는 “모든 소년 소녀들에게, 이것은 희망의 등불”이라고 말해 전 세계를 울렸다.

키 호이 콴 — 38년 만의 기적 같은 복귀

키 호이 콴(Ke Huy Quan)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한 편의 영화다. 1971년 베트남 출생의 그는 1984년 스티븐 스필버그의 「인디아나 존스와 마궁의 사원」에서 해리슨 포드의 소년 조수 ‘숏 라운드’ 역으로 데뷔했다. 이어 「구니스(The Goonies)」에서도 활약했지만, 성인이 된 후 아시아계 배우에게 주어지는 역할이 없어 연기를 포기하고 스턴트 코디네이터와 무술 안무가로 커리어를 전환했다.

약 20년간 카메라 뒤에서 일하던 그가 다시 연기 세계로 돌아온 계기는 바로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2018)이었다. 아시아계 배우들이 주연을 맡는 할리우드 영화를 보며 “나도 다시 할 수 있겠다”는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그리고 38년 만의 복귀작에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거머쥐는 드라마틱한 결말을 맞이했다. 시상식에서 그는 눈물을 흘리며 “엄마, 내가 오스카를 받았어!”라고 외쳤고, 이 장면은 그해 가장 감동적인 순간으로 기억된다.

제이미 리 커티스 — 대선배의 파격 변신

IRS 직원 디어드레 보뷔르드 역의 제이미 리 커티스(Jamie Lee Curtis)는 이 영화에서 일부러 자신을 추하게 만들었다. 할리우드의 ‘미의 기준’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그녀는 보정 속옷도, 메이크업도 거부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촬영에 임했다. 그 결과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커리어 최고의 순간을 맞이했다.

스테파니 수 & 제임스 홍

스테파니 수(Stephanie Hsu)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비 모어 칠(Be More Chill)」로 이름을 알린 신예로, 조이/조부 투파키 역을 맡아 관객과 평단 모두를 사로잡았다. 제임스 홍(James Hong)은 촬영 당시 93세의 나이로 공공 역을 소화했는데, 그의 필모그래피는 무려 600편 이상에 달하는 할리우드 최고참 배우다. 「블레이드 러너」, 「빅 트러블 인 리틀 차이나」 등의 출연으로 유명하다.

아카데미 7관왕: 역사를 다시 쓰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액션 장면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2023년 3월)에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다음 7개 부문을 수상했다:

  • 작품상 — A24 최초의 작품상 수상작
  • 감독상 — 다니엘 쉐이너트 & 다니엘 콴
  • 여우주연상 — 양자경 (아시아 배우 최초)
  • 남우조연상 — 키 호이 콴 (38년 만의 복귀작에서 수상)
  • 여우조연상 — 제이미 리 커티스
  • 편집상 — 폴 로저스
  • 각본상 — 다니엘 쉐이너트 & 다니엘 콴

이는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11관왕) 이후 단일 영화 최다 수상 기록 중 하나이며, 연기 부문에서만 3개를 가져간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특히 A24라는 독립 배급사의 영화가 작품상을 수상한 것은 할리우드 지형에 큰 변화를 의미했다.

왜 이 영화가 특별한가: 멀티버스와 허무주의 사이

2022년은 ‘멀티버스의 해’라 불릴 만했다. 마블의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도 같은 해 개봉했지만, 정작 멀티버스라는 소재를 가장 의미 있게 활용한 것은 예산이 10분의 1도 안 되는 이 영화였다. 마블이 멀티버스를 스펙터클의 도구로 사용했다면, 다니엘즈는 멀티버스를 실존적 질문의 도구로 사용했다.

“만약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 이것은 누구나 한 번쯤 해본 질문이다. 에블린은 멀티버스를 통해 자신이 영화 스타가 된 우주, 쿵푸 고수가 된 우주, 요리사가 된 우주를 경험한다. 그리고 깨닫는다. 어떤 삶을 살든, 결국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 옆에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영화의 빌런 조부 투파키는 모든 것을 경험한 끝에 허무주의에 빠진 존재다. ‘베이글’이라는 상징(모든 것이 들어간 블랙홀)을 통해 “아무것도 의미 없다”고 선언하는 조부 투파키에게, 에블린이 내놓는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그래, 아무것도 의미 없을 수 있어.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의미를 만들 수 있는 거야.” 이 메시지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집단적 무기력감을 경험한 전 세계 관객에게 깊은 위로가 되었다.

비하인드 스토리 & 트리비아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가족 장면

  • 핫도그 손가락 우주: 다니엘즈가 가장 먼저 떠올린 장면 중 하나가 바로 손가락이 핫도그인 우주였다고 한다. 이 설정은 동시에 가장 우스꽝스러우면서도 가장 감동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 — 핫도그 손가락으로 상대방의 발가락에 케첩을 짜는 장면에서 관객들은 웃다가 울었다.
  • 라따뚜이 패러디: 너구리 요리사 장면은 픽사의 「라따뚜이」를 직접적으로 오마주한 것으로, A24 측에서 디즈니에 사전 허락을 구했다고 한다.
  • 구글 눈알(Googly Eyes): 영화 전반에 걸쳐 등장하는 구글 눈알 스티커는 다니엘즈의 트레이드마크다. 이들은 평소에도 공공장소 사물에 구글 눈알을 붙이는 취미가 있었고, 이를 영화에 그대로 반영했다.
  • 저예산의 창의성: 2,500만 달러라는 예산은 같은 해 마블 영화들의 10분의 1 수준이었다. 의상팀은 빈티지 가게와 할인 매장에서 의상을 구했고, 일부 소품은 감독들이 직접 만들었다. 역설적으로 이런 제약이 더 창의적인 시각 효과를 만들어냈다.

  • 양자경의 스턴트: 60세의 양자경은 대부분의 액션 장면을 직접 소화했다. 허리 부상을 안고 있었음에도 스턴트 더블 없이 촬영에 임했으며, 이는 홍콩 액션 영화 시절부터 이어져 온 그녀의 프로 정신이었다.
  • 촬영 기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촬영이 중단되기도 했으며, 전체 촬영 기간은 약 38일이었다. 이 짧은 기간에 수백 개의 의상 변화와 세트 전환이 이루어졌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문화적 의미: 아시아계 이민자의 이야기가 세계의 이야기가 되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단순한 오락 영화를 넘어 문화적 이정표가 된 것은, 이 영화가 아시아계 이민자의 구체적인 경험을 보편적인 감정으로 승화시켰기 때문이다. 세금 문제로 IRS에 끌려가는 세탁소 주인, 영어가 서투른 부모와 미국식 사고방식의 자녀 사이 갈등, 고국을 떠나온 것에 대한 죄책감 — 이런 디테일은 아시아계 이민자 가정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이다.

동시에, 부모와 자식 사이의 소통 부재, “다른 삶을 살았더라면”이라는 후회, 존재의 의미에 대한 질문은 문화와 국경을 초월하는 보편적 주제다. 이 영화의 성공은 “특수한 이야기가 곧 보편적 이야기”라는 진리를 다시 한번 증명했다.

이 영화를 좋아했다면 추천하는 작품

작품 추천 이유
스위스 아미 맨 (2016) 다니엘즈 감독의 전작. 황당함 속 깊은 감동이라는 DNA를 공유
미나리 (2020) 한국계 이민자 가족의 아메리칸 드림. 아시아계 이민 서사의 걸작
매트릭스 (1999) 현실의 층위를 다루는 SF 액션의 원조. 쿵푸 액션과 철학의 결합

마무리: 지금이라도 꼭 볼 가치가 있는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단순히 2022년 최고의 영화가 아니라, 2020년대를 대표하는 영화로 기억될 작품이다. 웃음과 눈물, 액션과 철학, 황당함과 진지함이 완벽하게 공존하는 이 영화는, 관객에게 삶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혼돈의 시대에 던지는 이 영화의 메시지는 놀랍도록 단순하다. 지금 옆에 있는 사람에게 친절하라. 그것이 멀티버스든 현실이든, 결국 우리를 구하는 것은 사랑이라는 것. 아직 보지 않았다면, 혹은 한 번밖에 보지 않았다면, 지금 OTT에서 다시 한번 감상해보길 강력히 추천한다. 두 번째 감상에서는 처음 놓쳤던 디테일과 감정의 결이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본 포스팅에 사용된 이미지는 TMDB(The Movie Database)에서 제공받았으며, 해당 이미지의 저작권은 원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영화 정보 출처: TMDB(themoviedb.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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