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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웃 타임(About Time) 리처드 커티스가 남긴 마지막 선물, 시간이 지나도 빛나는 인생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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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웃 타임 한국 포스터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당신은 무엇을 바꾸겠습니까?

어바웃 타임(About Time, 2013)은 시간여행이라는 판타지 장치를 빌려 삶의 의미를 이야기하는 영화다. 개봉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이 영화는 여전히 많은 이들의 ‘인생 영화’ 목록에서 빠지지 않는다. 리처드 커티스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은 로맨스 영화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그 안에는 가족, 시간, 일상의 소중함이라는 보편적이면서도 깊은 주제가 담겨 있다. 지금 다시 봐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시간이 지나도 빛나는 명작이다.

TMDB 평점 7.9/10(9,139명 투표)이라는 수치가 말해주듯, 이 영화는 전 세계 관객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1,200만 달러라는 비교적 소규모 예산으로 제작되어 전 세계에서 8,710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올렸으니, 상업적으로도 대성공을 거둔 셈이다.

줄거리: 시간여행자 팀의 사랑과 성장

영국 콘월의 해변 마을에서 자란 팀(도널 글리슨)은 스물한 살 생일날, 아버지(빌 나이)로부터 놀라운 비밀을 듣게 된다. 집안 남자들에게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어두운 곳에서 주먹을 쥐고 원하는 과거의 시점을 떠올리면, 그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

처음에 팀은 이 능력을 연애에 활용한다. 런던에서 만난 매력적인 여성 메리(레이첼 맥아담스)와의 만남을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같은 순간을 여러 번 반복한다. 어색했던 첫 대화를 다시 하고, 실수했던 데이트를 고치고, 프러포즈를 더 로맨틱하게 만든다. 하지만 영화는 단순한 로맨스에 머무르지 않는다. 팀은 점차 시간여행의 한계와 부작용을 깨달으며, 무엇이 진정 소중한 것인지를 배워나간다.

어바웃 타임 스틸컷

리처드 커티스의 마지막 선물

리처드 커티스(Richard Curtis)는 영국 로맨틱 코미디의 대부라 불리는 인물이다. 각본가로서 「노팅 힐」(1999), 「브리짓 존스의 일기」(2001),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1994) 같은 불멸의 로맨틱 코미디를 써냈고, 감독으로서는 「러브 액츄얼리」(2003)로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다.

어바웃 타임은 커티스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 감독 작품이다. 그는 이 영화를 끝으로 감독직에서 은퇴를 선언했다. 커티스는 인터뷰에서 “이 영화에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두 담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어바웃 타임에는 그의 전작들에서 보여준 로맨스, 유머, 가족애, 영국적 감성이 모두 집약되어 있다. 마치 자신의 영화 인생을 총정리하듯, 그가 가장 잘하는 것들을 하나의 작품에 응축시킨 느낌이다.

흥미로운 것은 커티스가 이 영화의 아이디어를 자신의 실제 삶에서 얻었다는 점이다. 그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와 함께했던 평범한 순간들을 다시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에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영화 후반부, 팀과 아버지의 관계를 다루는 장면들은 단순한 극적 장치를 넘어 진심이 느껴지는 감동을 전한다.

캐스팅 비하인드: 완벽한 앙상블의 탄생

도널 글리슨 – 어색하고 사랑스러운 팀

도널 글리슨(Domhnall Gleeson)은 이 영화를 통해 국제적인 인지도를 크게 높인 배우다. 아일랜드 출신의 그는 명배우 브렌던 글리슨의 아들로, 이미 연극 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었다. 커티스 감독은 도널 글리슨의 오디션을 보고 “팀이라는 캐릭터가 걸어 들어왔다”고 표현했을 정도로, 그의 캐스팅에 확신을 가졌다고 한다.

도널 글리슨은 팀의 어색하면서도 진심 어린 매력을 완벽하게 구현했다. 특히 그의 ‘멋없음’이 이 캐릭터의 핵심이다. 시간여행 능력이 있으면서도 여전히 서툴고 당황하는 모습은, 초능력이 사람의 본질을 바꾸지 못한다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이후 그는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2015)에서 허스 장군 역, 「엑스 마키나」(2014)에서 칼렙 역 등 할리우드 대작에 연이어 출연하며 커리어를 넓혀갔다.

레이첼 맥아담스 – 타임트래블 로맨스의 여왕

레이첼 맥아담스(Rachel McAdams)는 이미 「시간 여행자의 아내」(2009)에서 시간여행자의 연인을 연기한 바 있어, 팬들 사이에서 “또 시간여행 영화?”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맥아담스는 메리라는 캐릭터에 전혀 다른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메리는 단순히 ‘시간여행자의 연인’이 아니라, 자신만의 개성과 유머를 가진 독립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맥아담스의 자연스럽고 따뜻한 연기는 팀과 메리의 관계를 믿음직하게 만드는 핵심 요소다. 커티스 감독은 “레이첼이 아니었다면 이 영화는 완성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특히 팀과 메리가 처음 만나는 칠흑 같은 어둠 속 레스토랑 장면은, 맥아담스의 목소리 연기만으로도 캐릭터의 매력을 온전히 전달하는 명장면으로 꼽힌다.

어바웃 타임 스틸컷 2

빌 나이 – 영화의 진짜 심장

빌 나이(Bill Nighy)가 연기한 아버지 캐릭터는 이 영화의 진짜 심장이라 할 수 있다. 로맨스 영화로 시작하지만 결국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로 귀결되는 이 영화에서, 빌 나이의 존재감은 절대적이다.

빌 나이는 이미 커티스 감독의 「러브 액츄얼리」에서 늙은 로커 빌리 맥 역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 바 있다. 어바웃 타임에서 그는 완전히 다른 결의 캐릭터를 맡았다. 탁구를 치고, 책을 읽고, 아들과 해변을 걸으며 인생의 지혜를 나누는 이 온화한 아버지 캐릭터에, 빌 나이 특유의 위트와 깊이가 더해져 잊을 수 없는 인물이 탄생했다.

영화 후반부, 팀이 아버지와 마지막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장면은 많은 관객들이 ‘영화 역사상 가장 슬픈 장면 중 하나’로 꼽는다. 두 사람이 해변을 걸으며 파도와 함께 뛰어노는 그 장면에서, 빌 나이의 표정 연기는 말 그대로 압권이다. 웃으면서 울게 만드는, 커티스 영화의 정수가 담긴 순간이다.

시간여행의 규칙과 메시지

어바웃 타임의 시간여행 규칙은 의도적으로 단순하게 설계되었다. 어두운 곳에서 주먹을 쥐고 과거를 떠올리면 된다. 하지만 중요한 제약이 하나 있다. 아이가 태어난 이후의 시점으로 돌아가면, 아이의 존재 자체가 바뀔 수 있다. 이 설정은 영화의 핵심 갈등을 만들어낸다. 팀은 사랑하는 누이 킷 캣(리디아 윌슨)의 불행한 과거를 바로잡고 싶지만, 그렇게 하면 자신의 아이가 다른 아이로 바뀌어버린다는 딜레마에 직면한다.

SF 팬들 사이에서는 이 영화의 시간여행 논리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커티스 감독은 처음부터 과학적 정합성보다 감정적 진실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시간여행은 이 영화에서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되돌릴 수 없는 시간 속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영화의 결론은 아름답고도 단순하다. 팀은 결국 시간여행을 그만두기로 결심한다. 대신 매일을 마지막 시간여행인 것처럼, 즉 두 번째로 사는 하루인 것처럼 살기로 한다. 첫 번째에는 불안과 걱정으로 놓쳤던 일상의 아름다움을, 두 번째에는 온전히 느끼며 살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 그는 ‘두 번째’조차 필요 없게 된다. 한 번뿐인 하루를 충분히 사랑하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트리비아와 비하인드 스토리

콘월의 아름다운 촬영지

팀의 가족이 사는 해변가 집은 영국 콘월(Cornwall)에서 촬영되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그림 같은 해변과 절벽 풍경은 실제 콘월의 자연경관이다. 이 영화 이후 콘월은 ‘어바웃 타임 성지순례’를 위한 관광 명소로도 인기를 얻었다.

어둠 속 레스토랑은 실제로 존재했다

팀과 메리가 처음 만나는 칠흑 같은 어둠 속 레스토랑 장면은 실제 런던에 존재했던 ‘다크 다이닝(Dans le Noir?)’ 레스토랑에서 영감을 받았다. 완전한 어둠 속에서 식사를 하는 이 독특한 콘셉트의 레스토랑은, 시각 장애인 웨이터가 서빙을 담당하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빌 나이의 “인생 최고의 대사”

빌 나이는 여러 인터뷰에서 이 영화의 아버지 역할을 자신의 커리어에서 가장 소중한 역할 중 하나로 꼽았다. 특히 아들에게 인생의 비밀을 알려주는 장면에서의 대사 – “매일을 다시 살되, 이번에는 불안 없이, 그저 즐기며 살아라” – 를 자신이 연기한 대사 중 가장 좋아하는 대사라고 밝힌 바 있다.

어바웃 타임 스틸컷 3

OST의 마법

어바웃 타임의 사운드트랙은 영화의 감동을 배가시키는 핵심 요소다. 닉 레어드-클라우스(Nick Laird-Clowes)가 작곡한 오리지널 스코어와 함께, 벤 폴즈(Ben Folds)의 “The Luckiest”, 닉 케이브 앤 더 배드 시즈(Nick Cave & The Bad Seeds)의 “Into My Arms” 등이 영화의 명장면을 더욱 빛나게 만든다. 특히 팀과 메리의 결혼식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이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누구나 기억하는 순간이다.

흥행과 평가

어바웃 타임은 2013년 9월 4일 영국에서 먼저 개봉한 후, 전 세계로 배급되었다. 1,200만 달러의 제작비 대비 8,710만 달러의 전 세계 흥행 수익을 기록하며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다. 특히 한국에서는 개봉 당시부터 큰 인기를 얻었고, 이후 OTT와 케이블TV 방영을 통해 꾸준히 새로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한국에서의 인기는 본국 영국보다도 높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왜 어바웃 타임은 시간이 지나도 사랑받는가

많은 시간여행 영화들이 타임 패러독스와 복잡한 플롯에 집중하는 반면, 어바웃 타임은 의도적으로 그런 요소를 배제한다.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과학적인 것이 아니라 철학적인 것이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 해도, 결국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사느냐”라는 메시지는 시대를 초월해 공감을 얻는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일상의 소중함’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최근 몇 년간, 이 영화는 재조명의 기회를 얻었다. 평범한 하루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이 영화의 메시지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와닿기 때문이다.

또한 이 영화는 ‘로맨스 영화’라는 장르적 기대를 영리하게 전복시킨다. 영화의 전반부가 팀과 메리의 사랑 이야기에 집중한다면, 후반부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로 무게 중심이 이동한다. 이 구조적 반전은 관객에게 예상치 못한 감동을 선사하며, “사랑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아버지 이야기였다”는 반응을 이끌어낸다. 바로 이 지점이 어바웃 타임을 단순한 로맨스 영화가 아닌, 인생 영화의 반열에 올려놓는 이유다.

“우리는 모두 시간여행을 하고 있어. 미래를 향해, 하루에 한 번, 한 번에 하루씩.”
— 영화 속 아버지의 대사

이 영화를 좋아한다면 추천하는 작품들

작품 감독 추천 이유
러브 액츄얼리 (2003) 리처드 커티스 같은 감독의 전작. 다양한 사랑의 형태를 따뜻하게 그린 크리스마스 영화의 정석.
이터널 선샤인 (2004) 미셸 공드리 기억 삭제라는 SF 설정으로 사랑과 기억의 관계를 탐구하는 명작.
비포 선라이즈 (1995) 리처드 링클레이터 하룻밤의 만남을 통해 시간과 인연의 의미를 되묻는 로맨스의 고전.

지금 OTT에서 다시 만나보세요

어바웃 타임은 현재 다양한 OTT 플랫폼에서 감상할 수 있다. 연말이 아니더라도, 비 오는 주말 오후에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보기에 이만한 영화가 없다. 처음 보는 분이라면 후반부의 반전적 감동에 놀라실 것이고, 다시 보는 분이라면 처음에는 미처 몰랐던 디테일들이 새롭게 보일 것이다. 리처드 커티스가 마지막으로 남긴 이 아름다운 선물을, 지금 다시 꺼내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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