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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케인 리뷰: 영화 역사의 영원한 1위, 오슨 웰스가 25세에 완성한 불멸의 걸작

·Citizen Kane, RKO, 그레그 톨랜드
시민 케인 스틸컷
ⓒ RKO Radio Pictures / TMDB

영화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작품을 하나만 꼽으라면, 수많은 영화평론가와 감독이 주저 없이 이 이름을 말한다. 시민 케인(Citizen Kane). 1941년, 겨우 25세의 오슨 웰스가 감독·각본·주연을 모두 맡아 완성한 이 영화는 개봉 당시에는 상업적으로 실패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가치를 인정받아 영화사의 영원한 1위 자리를 지켜왔다. 지금 다시 봐도 놀라운 건, 8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음에도 이 영화의 서사 구조와 촬영 기법이 여전히 현대적이라는 사실이다.

기본 정보

원제 Citizen Kane
개봉 1941년 4월 17일
장르 드라마, 미스터리
러닝타임 119분
감독·각본·주연 오슨 웰스
각본 오슨 웰스, 허먼 J. 맨키위츠
촬영 그레그 톨랜드
음악 버나드 허먼
제작비 약 $839,727
흥행 수익 약 $23,218,000

“로즈버드” — 한 남자의 삶을 추적하는 퍼즐

영화는 찰스 포스터 케인이라는 거대한 미디어 재벌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플로리다의 거대한 저택 ‘재너두(Xanadu)’에서 홀로 죽어가는 케인이 마지막으로 내뱉는 한마디, “로즈버드(Rosebud)”. 이 한마디의 비밀을 풀기 위해 뉴스릴 기자 톰슨이 케인의 주변 인물들을 하나씩 찾아가며 그의 삶을 역추적한다.

여기서 오슨 웰스가 선택한 서사 방식이 혁명적이다. 1941년 당시 대부분의 영화가 시간순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던 것과 달리, 시민 케인은 비선형 구조를 택했다. 각기 다른 인물의 증언을 통해 케인이라는 사람의 서로 다른 면모가 드러나고, 관객은 마치 퍼즐 조각을 맞추듯 한 인간의 실체에 접근해간다. 이 구조는 이후 쿠엔틴 타란티노의 펄프 픽션, 크리스토퍼 놀란의 메멘토 등 수많은 영화에 영향을 미쳤다.

시민 케인 포스터
시민 케인 오리지널 포스터 ⓒ RKO Radio Pictures / TMDB

촬영 혁명 — 그레그 톨랜드와 딥 포커스

시민 케인이 영화사에서 불멸의 위치를 차지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촬영 기법의 혁신이다. 촬영감독 그레그 톨랜드와 오슨 웰스가 함께 만들어낸 딥 포커스(Deep Focus) 기법은 화면의 전경과 후경 모두를 선명하게 잡아내어 관객이 프레임 안의 모든 요소를 동시에 인식할 수 있게 했다.

특히 유명한 장면이 어린 케인이 창밖에서 눈 위에서 놀고 있는 동안, 전경에서 그의 어머니가 후견인과 계약서에 서명하는 장면이다. 아이의 천진한 웃음소리와 어른들의 냉정한 거래가 하나의 프레임 안에서 동시에 펼쳐지는데, 이 한 장면만으로도 케인의 유년기 트라우마가 압축적으로 전달된다.

이 외에도 로우 앵글 촬영(천장이 보이는 숏 —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다), 롱 테이크, 극적인 명암 대비 등 시민 케인이 시도한 기법들은 이후 수십 년간 영화 교과서의 단골 사례가 되었다.

오슨 웰스 — 25세 천재의 탄생과 비극

오슨 웰스
오슨 웰스 ⓒ TMDB
조셉 코튼
조셉 코튼 ⓒ TMDB
도로시 코밍고어
도로시 코밍고어 ⓒ TMDB

오슨 웰스는 시민 케인을 만들기 전 이미 연극계의 신동이었다. 1938년 라디오 드라마 “우주 전쟁(The War of the Worlds)”을 실제 뉴스 방송처럼 연출해 미국 전역을 공포에 빠뜨린 사건은 지금까지도 전설로 남아 있다. 이 사건으로 명성을 얻은 웰스에게 RKO 스튜디오는 전례 없는 조건을 제안했다. 최종 편집권(Final Cut)을 포함한 완전한 창작의 자유. 25세의 젊은이에게 할리우드가 백지수표를 건넨 것이다.

웰스는 이 기회를 최대한 활용했다. 감독, 각본, 주연, 제작까지 도맡으며 자신의 비전을 타협 없이 실현했다. 케인이라는 인물에 생명을 불어넣은 그의 연기는 놀랍다. 20대 청년에서 70대 노인까지, 특수 분장과 체형 변화만으로 한 인간의 일대기를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함께 출연한 조셉 코튼은 케인의 절친한 친구이자 가장 가까운 비판자 제디다이어 릴랜드 역을 맡아 웰스와 완벽한 케미를 보여주었다. 두 사람은 실제로 머큐리 극단(Mercury Theatre) 시절부터 함께한 동료였기에, 화면 속 우정의 깊이가 더욱 진실되게 느껴진다. 도로시 코밍고어는 케인의 두 번째 부인 수전 알렉산더 역을 통해 권력자에게 사랑받으면서도 억압당하는 여인의 비극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와의 전쟁

시민 케인의 가장 유명한 비하인드 스토리는 단연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와의 갈등이다. 영화 속 찰스 포스터 케인이 실존 인물인 미디어 재벌 허스트를 모델로 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허스트는 이에 격분했고, 자신이 소유한 모든 신문에서 시민 케인에 대한 보도 자체를 금지시켰다.

허스트의 방해 공작은 더 나아갔다. RKO 스튜디오에 압력을 가해 영화의 상영을 막으려 했고, 실제로 많은 극장이 허스트의 보복이 두려워 시민 케인의 상영을 거부했다. 이로 인해 영화는 상업적으로 참패했고, 웰스의 할리우드 경력에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

“만약 허스트의 방해가 없었다면, 오슨 웰스의 커리어는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시민 케인의 상업적 실패는 할리우드가 천재에게 자유를 주는 것을 두려워하게 만든 사건이었다.” — 영화 역사학자 피터 보그다노비치

재미있는 사실은, 허먼 J. 맨키위츠가 각본을 쓸 때 허스트의 연인이었던 여배우 매리언 데이비스를 모델로 수전 알렉산더 캐릭터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이것이 허스트를 더욱 분노하게 만든 핵심 요인이었다. 2020년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맹크(Mank)는 바로 이 각본 집필 과정을 다루며, 허먼 맨키위츠와 오슨 웰스 사이의 크레딧 분쟁까지 조명했다.

버나드 허먼의 음악 — 또 하나의 혁신

시민 케인의 음악을 담당한 버나드 허먼은 이후 알프레드 히치콕의 사이코, 현기증 등의 음악으로 더 유명해지지만, 시민 케인에서 이미 그의 천재성은 빛을 발했다. 특히 케인의 두 번째 부인 수전이 오페라를 부르는 장면에서, 허먼은 의도적으로 실패하는 음악을 작곡했다. 수전의 재능 부족을 음악으로 표현하면서도, 그 음악 자체가 하나의 예술적 성취가 되는 역설을 만들어냈다.

수상과 평가 — 시간이 증명한 걸작

1942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시민 케인은 9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지만, 각본상 단 1개만을 수상했다. 허스트의 영향력과 할리우드 내부의 정치학이 작용한 결과였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이 영화의 진가는 점점 빛을 발했다.

  • 1962년 — 영국 영화 협회(BFI) Sight & Sound 투표에서 역대 최고의 영화 1위 선정
  • 1972, 1982, 1992, 2002년 — 같은 투표에서 연속 5회 1위 수성
  • 2007년 — AFI(미국 영화 연구소) 선정 미국 영화 100선 1위
  • 2012년 — BFI 투표에서 히치콕의 현기증에 1위 자리를 넘겨주며 50년 만에 2위로 밀려남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 케인이 영화사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변함이 없다. 비선형 내러티브, 딥 포커스, 로우 앵글, 몽타주 편집 등 이 영화가 선보인 기법들은 이후 모든 영화인의 교과서가 되었기 때문이다.

비하인드 & 트리비아

  • “로즈버드”의 정체: 영화 마지막에 밝혀지는 로즈버드의 정체는 영화사에서 가장 유명한 스포일러 중 하나다. AFI가 선정한 “영화 역사상 가장 위대한 미스터리” 17위에 올랐다.
  • 촬영 천장: 당시 스튜디오 세트에는 천장이 없는 것이 관례였다(조명 설치를 위해). 웰스는 천장을 설치하고 바닥에서 조명을 올려 독특한 로우 앵글 숏을 만들어냈다.
  • 웰스의 메이크업: 웰스는 70대 노인 케인을 연기하기 위해 매일 3~4시간의 특수 분장을 감수했다. 25세의 얼굴에서 70대의 주름까지, 분장팀의 기술도 놀랍지만 웰스의 몸짓과 목소리 변화는 분장 이상의 설득력을 가진다.
  • 뉴스릴 패러디: 영화 도입부의 뉴스릴 장면은 실제 뉴스릴 양식을 완벽하게 모방한 것으로, 당시 관객들이 진짜 뉴스릴로 착각할 정도였다고 한다.
  • 각본 분쟁: 허먼 J. 맨키위츠와 오슨 웰스 사이의 각본 크레딧 분쟁은 할리우드 역사상 가장 유명한 저작권 갈등 중 하나다. 1971년 폴린 케일의 에세이 “Raising Kane”은 맨키위츠의 기여를 강조했고, 이후 학자들 사이에서 수십 년간 논쟁이 이어졌다.
  • 재너두의 모델: 케인의 대저택 재너두는 허스트가 캘리포니아에 실제로 지은 허스트 캐슬을 모델로 한 것으로, 현재 이 성은 관광 명소로 개방되어 있다.

이 영화를 좋아한다면 — 함께 볼 만한 작품

  • 맹크 (Mank, 2020) — 데이비드 핀처 감독. 시민 케인의 각본가 허먼 맨키위츠의 이야기를 흑백 화면으로 되살린 작품. 시민 케인의 탄생 비화에 관심이 있다면 필수 관람작이다.
  • 제3의 사나이 (The Third Man, 1949) — 시민 케인의 오슨 웰스와 조셉 코튼이 다시 만난 느와르 걸작. 빈의 하수도에서 펼쳐지는 추격 장면은 영화사의 전설이다.
  • 소셜 네트워크 (The Social Network, 2010) — 미디어 제국을 건설한 한 남자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시민 케인의 현대적 변주라 할 수 있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날카로운 시선이 돋보인다.

총평 — 영화라는 매체의 가능성을 증명한 불멸의 걸작

시민 케인은 단순히 “오래된 명작”이 아니다. 이 영화는 영화라는 매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처음으로 완벽하게 보여준 작품이다. 한 인간의 삶을 다층적으로 탐구하면서, 권력과 고독, 사랑과 상실, 그리고 기억의 불완전성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았다.

개봉 85년이 지난 지금도 이 영화가 회자되는 이유는, 오슨 웰스가 25세의 나이에 던진 질문 — “부와 권력이 한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가?” — 이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로즈버드의 의미를 알게 된 후 느끼는 씁쓸함은, 처음 보는 사람이든 다시 보는 사람이든 동일한 울림을 준다.

연출 ★★★★★
연기 ★★★★★
촬영 ★★★★★
음악 ★★★★☆
스토리 ★★★★★
총점 ★★★★★ (9.5/10)

이미지 출처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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