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 무술 영화의 황금기를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분노의추격(The Furious)이라는 이름 앞에서 심장이 빨라질 수밖에 없다. 더 레이드의 조 타슬림과 야얀 루히안, 태국 무술 영화의 전설 지자 야닌, 그리고 중국 액션 스타 사묘(謝苗)까지. 이 이름들이 한 스크린 안에 모였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영화는 2026년 가장 주목할 액션 영화가 되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루로우니 켄신 실사판과 구룡성채의 무술 감독 타니가키 켄지(谷垣健治)가 메가폰을 잡았다. 결과는? 해외 매체들이 “21세기 최고의 격투 영화 중 하나”라고 극찬한 114분짜리 주먹과 발의 교향곡이다.
분노의추격 기본 정보
| 원제 | 火遮眼 / The Furious |
| 감독 | 타니가키 켄지(谷垣健治) |
| 출연 | 사묘, 조 타슬림, 양은우, 야얀 루히안, 지자 야닌, 브라이언 리 |
| 장르 | 액션 / 범죄 |
| 러닝타임 | 114분 |
| 개봉일 | 2026년 6월 10일 |
| 제작비 | 2,000만 달러 |
| 촬영지 | 태국 |
줄거리 — 딸을 되찾기 위한 한 아버지의 분노
평범한 기술자 왕 웨이(사묘)는 말을 하지 못하는 벙어리다. 어느 날, 그의 어린 딸 레이니(양은우)가 아동 인신매매 조직에 납치된다. 부패한 경찰은 도움을 주지 않고, 왕 웨이는 직접 딸을 구하기 위해 나선다. 그 과정에서 아내의 실종 사건을 추적하던 기자 나빈(조 타슬림)과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은 아내와 딸이 같은 범죄 조직에 의해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분노로 불타는 두 남자의 추격이 시작된다.
스토리 자체는 단순하다. 복수와 구출이라는 고전적 공식. 하지만 이 영화에서 줄거리는 말 그대로 “도화선”이다. 불을 붙이고 나면 114분 내내 끊임없이 터지는 육체적 폭발을 감상하면 된다.

출연진 — 아시아 무술 올스타 드림팀
분노의추격의 가장 큰 무기는 단연 캐스팅이다. 아시아 무술 영화 팬이라면 한 명 한 명의 이름에 전율할 수밖에 없는 라인업이 완성됐다.
사묘(謝苗) — 말 없는 아버지의 분노


주연 사묘는 제트 리의 제자이자 아역 시절 마이 파더 이즈 어 히어로(1995)로 이름을 알린 배우다. 최근 중국 웹 무비 시장에서 목중무인(目中無人) 시리즈로 재조명받으며 “블라인드 소드맨” 장르를 개척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번 영화에서 그는 대사가 단 한 마디도 없는 벙어리 아버지를 연기한다. 말 대신 주먹으로, 눈빛으로 분노를 전달하는 그의 연기는 놀라울 정도로 효과적이다.
조 타슬림 — 더 레이드에서 모탈 컴뱃까지
조 타슬림은 인도네시아 출신으로 더 레이드(2011)에서 격투 장면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은 뒤, 모탈 컴뱃 시리즈에서 서브제로를 연기한 배우다. 기자 나빈 역으로 사묘와 호흡을 맞추며, 두 사람의 격투 케미는 이 영화의 백미다. 유도 국가대표 출신답게 던지기와 관절기를 활용한 그라운드 파이팅은 여전히 압도적이다.
야얀 루히안 & 지자 야닌 — 전설들의 합류



야얀 루히안은 더 레이드에서 “매드 독” 역으로 역대급 보스전을 선보인 인물. 실라트(인도네시아 전통 무술)의 달인으로, 이번 영화에서도 빌런 “탁” 역을 맡아 소름 끼치는 존재감을 뿜어낸다. 지자 야닌은 태국 영화 초콜릿(2008)으로 세계에 이름을 알린 여성 무술 배우의 선구자다. 나빈의 아내이자 기자 “마티아” 역으로 출연하며, 짧지만 강렬한 액션 시퀀스를 소화한다. 여기에 베트남계 미국인 쌍둥이 무술가 브라이언 리까지 합류해 캐스팅 시트 자체가 하나의 무술 영화 명예의 전당이다.
연출 분석 — 타니가키 켄지, 무술 감독에서 감독으로
타니가키 켄지는 일본인이면서 홍콩 영화계에서 경력을 쌓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성룡에게 직접 무술을 배웠고, 루로우니 켄신 실사 시리즈의 액션 안무를 담당하며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2024년 홍콩영화금상장에서 구룡성채: 위성(九龍城寨之圍城)으로 최우수 무술 지도상을 수상한 뒤, 이번에는 직접 감독까지 맡았다.
그 결과는 눈부시다. 타니가키는 카메라를 격투의 한복판에 던져 넣는다. 빠른 편집으로 액션을 숨기는 할리우드식 촬영과 정반대로, 롱 테이크와 와이드 앵글로 배우들의 실제 신체 능력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1990년대 홍콩 액션의 황금기를 떠올리게 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으로 업그레이드한 연출이다. The Wrap은 이 영화를 두고 “2026년 이보다 나은 액션 영화를 찾기 힘들 것”이라고 평했다.
다만 스토리 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인물의 내면 묘사나 서사적 깊이보다는 액션 시퀀스 사이의 연결 고리 역할에 그치는 서사가 분명히 존재한다. 가이 리치의 인 더 그레이처럼 스타일과 액션으로 밀어붙이는 영화지만, 분노의추격은 그보다 한 단계 더 ‘순수 액션’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액션 분석 — 왜 “21세기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가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배우도, 감독도 아닌 액션 그 자체다. 타니가키 켄지와 액션 감독 소노무라가 설계한 격투 시퀀스는 수십 년간의 경험이 축적된 장인 정신의 결정체다.
사묘의 전통 중국 무술과 조 타슬림의 유도/실라트가 충돌하는 초반 오해 장면부터 심장이 뛴다. 이후 두 사람이 동맹을 맺고 적진으로 돌진하는 중반부, 그리고 야얀 루히안과의 최종 대결까지 — 영화는 끊임없이 에스컬레이션한다. 한 장면이 끝나면 “이걸 어떻게 넘어서지?” 싶은데, 다음 장면이 정확히 그 기대를 넘어선다.
“사묘와 타슬림의 정교한 신체적 예술성은 1990년대 홍콩 액션 영화의 전성기를 떠올리게 한다.” — The Wrap
특히 주목할 점은 CG 의존도가 극히 낮다는 것이다. 2,000만 달러라는 비교적 소규모 예산은 오히려 장점이 됐다. 화려한 시각효과 대신 배우들의 실제 무술 실력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한 발 한 발의 무게감이 살아 있는 육체적 액션이 완성됐다.
음악과 사운드 디자인
음악 감독 막효림(莫曉霖)이 담당한 스코어는 전통 아시아 악기와 일렉트로닉 비트를 혼합한 스타일이다. 격투 장면에서는 음악이 한 발 물러서고 타격음과 숨소리, 뼈가 부딪히는 소리가 전면에 나선다. 이 선택은 현명했다. 관객은 스코어에 감정을 떠맡기는 대신, 배우들의 움직임에서 직접 감정을 읽게 된다. 다만 액션 외 장면에서의 음악은 다소 평범한 인상을 준다.
비하인드 & 트리비아 — 무술 영화 역사가 한 자리에
- 캐스팅 비화: 타니가키 켄지 감독은 “친구들과 함께 극장에 가서 각자 하나의 기술을 기억하고 돌아오는” 경험을 관객에게 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래서 각 배우의 고유 무술 스타일을 최대한 살리는 안무를 설계했다.
- 성룡의 영향: 타니가키 감독은 젊은 시절 성룡에게 직접 무술을 사사했다. 이 영화 곳곳에 성룡 특유의 “환경을 활용한 격투” — 가구, 식기, 건물 구조물을 무기로 사용하는 장면들이 숨어 있다.
- 촬영 비화: 태국 현지에서 2024년 4월부터 촬영을 시작했으며, 주요 액션 장면은 최소 40~50테이크를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타슬림은 촬영 중 실제로 부상을 입었지만 촬영을 중단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 사묘와 제트 리: 사묘는 어린 시절 제트 리의 아들 역할로 여러 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제트 리가 헐리우드로 진출한 이후 한동안 주목받지 못했으나, 중국 웹 무비 시장에서 재기에 성공한 독특한 커리어의 소유자다.
- 더 레이드 동창회: 조 타슬림과 야얀 루히안은 개러스 에반스 감독의 더 레이드(2011)에서 처음 호흡을 맞추었다. 14년 만에 다시 만났지만 이번에는 같은 편에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적으로 대치한다.
- 영어 대사: 홍콩 제작 영화이지만 전체 대사가 영어로 진행된다. 다국적 캐스트의 자연스러운 소통을 위한 선택으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전략이기도 하다.

이 영화를 좋아한다면 — 연관 작품 추천
- 더 레이드(2011): 조 타슬림과 야얀 루히안이 처음 세계에 이름을 알린 인도네시아 액션의 교과서. 한 건물 안에서 벌어지는 100분짜리 전투는 액션 영화 역사의 이정표다.
- 구룡성채: 위성(2024): 타니가키 켄지가 무술 감독을 맡은 홍콩 액션 대작. 분노의추격의 액션 DNA가 어디서 왔는지 이해할 수 있다.
- 노멀(Normal, 2026): 올해 개봉한 또 다른 액션 스릴러. 밥 오덴커크가 보여주는 중년 남성의 액션 본능이 인상적이다.
총평: 10점 만점에 7점
분노의추격은 “스토리가 있는 영화”가 아니라 “액션이 스토리인 영화”다. 서사적 깊이나 캐릭터의 입체성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 있다. 하지만 순수하게 인간의 육체가 만들어내는 운동역학적 아름다움, 뼈와 근육이 충돌하는 물리적 쾌감을 원한다면 이보다 나은 선택지는 현재 극장에 없다. 타니가키 켄지는 수십 년간 다른 감독들의 영화 뒤에서 액션을 설계해왔다. 이제 그가 직접 전면에 나선 이 영화는, 액션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보내는 러브레터와 같다.
| 스토리 | ★★☆☆☆ |
| 연출 | ★★★★☆ |
| 연기 | ★★★☆☆ |
| 음악 | ★★★☆☆ |
| 비주얼/액션 | ★★★★★ |
| 총점 | 7 /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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