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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 마이 카 리뷰 | 말하지 못한 것들을 태우고 달리는 3시간의 명상

·OTT 추천, 니시지마 히데토시, 드라이브 마이 카

드라이브 마이 카 포스터

말하지 못한 것들을 태우고 달리는 차

「드라이브 마이 카」(ドライブ・マイ・カー, 2021)는 일본 영화의 저력을 전 세계에 각인시킨 작품이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연출하고, 니시지마 히데토시가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동명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하면서도, 원작의 껍데기를 넘어 완전히 새로운 영화적 세계를 구축해냈다. 179분이라는 긴 러닝타임 동안 관객은 상실과 애도, 그리고 소통의 본질에 대해 깊이 사유하게 된다.

2021년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하며 국제적 주목을 받기 시작한 이 영화는, 이듬해인 2022년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국제영화상(International Feature Film)을 수상하며 일본 영화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일본 영화가 아카데미 국제영화상을 수상한 것은 2009년 「오쿠리비토」(굿바이) 이후 13년 만의 일이었다.

줄거리: 빨간 사브 900 터보 위에서 펼쳐지는 내면의 여정

연극 연출가이자 배우인 가후쿠 유스케(니시지마 히데토시)는 아내 오토(키리시마 레이카)와 겉으로는 행복한 결혼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오토는 각본가로, 부부는 독특한 방식으로 교감한다. 오토가 성관계 후 트랜스 상태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면, 가후쿠가 이를 기억해 전달하는 식이다. 그러나 가후쿠는 우연히 오토가 젊은 배우와 관계를 맺는 장면을 목격하고, 이를 말하지 못한 채 품고 살아간다.

오토가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세상을 떠난 후, 가후쿠는 히로시마 국제연극제에 안톤 체호프의 「바냐 삼촌」을 연출하기 위해 초청된다. 연극제 측은 보험 규정상 전속 운전기사를 배정하는데, 그가 바로 과묵한 스물네 살 청년 와타리 미사키(미우라 토코)다. 가후쿠의 빨간 사브 900 터보를 운전하는 미사키와 함께, 가후쿠는 아내의 죽음과 비밀, 자신의 죄책감과 마주하는 긴 여정을 시작한다.

드라이브 마이 카 스틸컷

하마구치 류스케: 대화의 마법사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세계 영화계의 최전선에 우뚝 섰다. 1978년생인 그는 도쿄예술대학 대학원 출신으로, 5시간 17분짜리 독립영화 「해피 아워」(2015)로 로카르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드라이브 마이 카」와 같은 해에 발표한 「우연과 상상」(2021)로는 베를린 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은곰상)을 수상했다. 한 해에 칸과 베를린, 세계 최정상급 영화제 두 곳에서 동시에 인정받은 것은 실로 경이로운 성과였다.

하마구치 감독의 연출 스타일은 독보적이다. 그는 배우들에게 ‘본독(本読み)’이라 불리는 독특한 리허설 방식을 요구한다. 대본을 감정 없이, 완전히 평탄한 톤으로 수백 번 읽게 하는 것이다. 감정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채 텍스트 자체에 집중하게 함으로써, 촬영 현장에서 비로소 자연스러운 감정이 흘러나오게 하는 방식이다. 이 기법은 「드라이브 마이 카」에서 극중 연극 리허설 장면과 정확히 겹쳐지며, 영화와 현실의 경계를 교묘하게 흐린다.

무라카미 하루키 원작, 그러나 완전히 다른 작품

원작인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드라이브 마이 카」는 단편집 「여자 없는 남자들」(2014)에 수록된 약 40페이지 분량의 짧은 이야기다. 영화는 이 단편의 기본 설정(아내를 잃은 배우-연출가와 여성 운전기사의 관계)을 차용하되, 같은 단편집에 수록된 다른 단편들의 모티프까지 끌어와 훨씬 풍성한 서사를 구축했다.

특히 「셰에라자드」에서 가져온 ‘성관계 후 이야기를 들려주는 아내’라는 설정과, 「목도리 원숭이의 집」에서 차용한 상실의 정서가 영화의 핵심 뼈대를 이룬다. 하마구치 감독과 공동 각본을 맡은 오에 타카마사는 원작의 정수를 살리면서도 체호프의 「바냐 삼촌」이라는 극중극을 더해, 상실과 소통이라는 주제를 다층적으로 확장했다. 무라카미 하루키 본인도 영화를 보고 “원작과는 다른 차원의 작품이 되었다”며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드라이브 마이 카 스틸컷

다국어 연극이라는 혁신적 장치

영화에서 가후쿠가 연출하는 「바냐 삼촌」은 매우 특별한 형태를 띤다. 일본어, 한국어, 중국어(북경어), 영어, 그리고 한국 수화까지 다국어로 공연되는 연극이다. 배우들은 각자의 언어로 대사를 말하고, 관객은 자막을 통해 이를 이해한다. 이 설정은 단순한 실험이 아니라, 영화의 핵심 주제와 맞닿아 있다. 서로 다른 언어를 쓰면서도 소통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같은 언어를 쓰면서도 소통에 실패할 수 있다는 것. 가후쿠와 아내 오토의 관계가 바로 후자에 해당한다.

극중 한국 수화를 사용하는 배우 이윤아 역을 맡은 박유림의 연기는 특히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소리 없이 몸짓으로만 전달되는 그녀의 감정은, 역설적으로 영화에서 가장 진실에 가까운 소통의 형태를 보여준다.

빨간 사브 900 터보: 또 하나의 주인공

가후쿠의 빨간 사브 900 터보 컨버터블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영화의 핵심적인 공간이자 또 하나의 캐릭터다. 가후쿠는 이 차 안에서 아내 오토가 녹음해 둔 「바냐 삼촌」의 대사 테이프를 반복 재생하며 대본 연습을 한다. 아내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그 목소리는 차 안에 남아 유령처럼 가후쿠와 동행한다.

사브(SAAB)는 이미 2012년에 파산한 스웨덴 자동차 브랜드다.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 차를 타고 다닌다는 설정 자체가 가후쿠의 과거 지향적 성격, 떠나보낸 것들에 대한 집착을 상징한다. 미사키가 이 차의 운전대를 잡게 되면서, 가후쿠는 비로소 조수석에 앉아 자신의 내면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자기 인생의 ‘운전대’를 잠시 내려놓는 것이다.

촬영에 사용된 실제 차량은 노란색 사브 900을 빨간색으로 도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촬영 중 차량 고장이 잦아 스태프들이 고생했다는 에피소드도 전해진다.

수상 이력과 국제적 반향

「드라이브 마이 카」의 수상 이력은 화려하다. 주요 수상 내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시상식 부문 결과
2021 칸 영화제 각본상 수상
2022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영화상 수상
2022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후보
2022 아카데미 시상식 감독상 후보
2022 아카데미 시상식 각색상 후보
2022 골든 글로브 비영어 영화상 수상

특히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른 것은 일본 영화 역사상 전례 없는 일이었다. 영어가 아닌 영화가 작품상 후보에 오르는 것 자체가 극히 드문 일인데,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2020)에 이어 아시아 영화의 저력을 다시 한번 보여준 것이다. 전 세계 박스오피스에서 약 1,535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는데, 130만 달러라는 소규모 예산을 감안하면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드라이브 마이 카 스틸컷

니시지마 히데토시의 절제된 연기

가후쿠 역을 맡은 니시지마 히데토시의 연기는 ‘절제’라는 단어로 집약된다. 그는 일본 영화계에서 이미 탄탄한 경력을 쌓아온 중견 배우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작품들에 자주 출연해왔다. 가후쿠라는 캐릭터는 감정을 억누르고 살아가는 인물인데, 니시지마는 미세한 눈빛 변화와 침묵의 깊이로 이 인물의 내면을 설득력 있게 표현해냈다.

미사키 역의 미우라 토코는 이 영화가 장편 데뷔에 가까운 신인이었다. 과묵하고 상처 많은 미사키를 특유의 담담한 표정과 절제된 대사로 소화해내며, 아시아 영화계의 차세대 배우로 단숨에 주목받았다. 가후쿠와 미사키가 차 안에서 나누는 대화, 그리고 더 많은 침묵은 영화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들을 만들어낸다.

체호프의 「바냐 삼촌」과의 공명

영화 속에서 반복적으로 인용되는 체호프의 「바냐 삼촌」은 단순한 극중극이 아니라, 가후쿠의 내면 세계를 비추는 거울이다. 특히 소냐의 마지막 대사 “우리는 쉬게 될 거예요… 우리는 쉬게 될 거예요…”는 영화의 정서적 클라이맥스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가후쿠는 원래 바냐 역을 자신이 연기하려 했으나, 아내의 죽음 이후 그 역할을 감당할 수 없게 된다. 바냐의 대사 속에 담긴 상실과 후회가 자신의 상황과 너무나 겹치기 때문이다. 결국 그가 바냐 역을 다른 배우에게 맡기고 연출에만 집중하는 것은, 자기 삶의 고통과 거리를 두려는 회피이기도 하다. 영화는 이 회피가 결국 불가능하다는 것을 조용히, 그러나 강력하게 보여준다.

히로시마라는 공간의 의미

영화의 주 무대가 히로시마로 설정된 것은 의미심장하다. 원폭이라는 거대한 상실을 경험하고도 재건된 도시, 히로시마. 이 도시의 역사는 가후쿠 개인의 상실과 회복의 서사와 은밀하게 공명한다. 영화의 태그라인인 “우리는 분명 조용히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는 히로시마라는 도시와 가후쿠라는 인물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영화 후반부에 가후쿠와 미사키가 홋카이도 미사키의 고향을 찾아가는 로드 트립은, 히로시마에서 일본 최북단까지 이동하는 긴 여정이다. 이 물리적 이동은 곧 두 사람이 각자의 상처를 직면하는 내면의 여정이기도 하다. 눈 덮인 홋카이도의 풍경 속에서 두 사람이 마침내 서로의 아픔을 나누는 장면은, 이 영화가 3시간 가까운 러닝타임 동안 쌓아온 정서적 무게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순간이다.

179분의 호흡: 느리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은

179분이라는 러닝타임은 분명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깊어지는 종류의 작품이다. 하마구치 감독은 의도적으로 느린 호흡을 유지하며, 관객이 인물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도록 한다. 차 안에서의 긴 침묵, 연극 리허설의 반복, 일상적인 대화의 축적이 모여 영화의 마지막 30분에서 압도적인 감정적 해방을 만들어낸다.

칸 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본 해외 평론가들은 “3시간이 마치 명상처럼 느껴졌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한참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칸 상영 당시 약 4분간의 기립 박수가 이어졌다고 한다.

지금 다시 보아야 할 이유

「드라이브 마이 카」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 깊이가 더해지는 영화다. 첫 관람 시에는 느린 호흡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한번 이 영화의 리듬에 들어서면 쉽게 빠져나올 수 없다. 특히 소중한 누군가를 잃어본 경험이 있는 관객이라면, 이 영화가 건네는 위로의 깊이에 놀라게 될 것이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이후에도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2023)로 베니스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며 세계 영화계에서 확고한 위치를 구축했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그 출발점이자, 여전히 그의 최고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우리는 올바르게 상처받아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으로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고, 진정으로 자신을 이해할 수 있다.”
—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 中

이 영화를 좋아했다면 추천하는 작품

「우연과 상상」(2021) — 같은 해 발표된 하마구치 류스케의 또 다른 걸작. 세 개의 독립적인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으며, 인간관계의 우연과 어긋남을 섬세하게 다룬다. 「드라이브 마이 카」보다 가볍고 위트 있는 톤이지만, 대화의 힘에 대한 감독의 철학은 동일하게 관통한다.

「버닝」(2018, 이창동) — 역시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헛간을 태우다」)을 원작으로 한 한국 영화. 원작을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드라이브 마이 카」와 맥을 같이한다. 유승호, 스티븐 연의 연기가 압권이다.

「애프터 라이프」(1998, 고레에다 히로카즈) — 죽은 이들이 저세상으로 가기 전 가장 소중한 기억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이야기. 상실과 기억이라는 주제에서 「드라이브 마이 카」와 깊이 공명하는 일본 영화의 숨은 명작이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현재 넷플릭스, 왓챠 등 주요 OTT 플랫폼에서 감상할 수 있다. 조용한 저녁,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고 이 영화에 자신을 맡겨보길 권한다. 3시간이 지나고 나면, 일상의 소음 속에서 놓치고 있던 무언가가 조용히 당신 곁으로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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