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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怪物) 리뷰 —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묻는다, 진짜 괴물은 누구인가

·Monster, 怪物, 고레에다히로카즈

괴물(2023) 스틸컷 - 미나토와 요리

고레에다 히로카즈. 이 이름만으로도 기대하게 되는 감독이 있다. 《어느 가족》으로 2018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거장, 일상의 균열 속에서 인간의 본질을 포착하는 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연출가. 그런 그가 2023년, 자신의 필모그래피에서도 유례없는 실험을 들고 돌아왔다. 바로 《괴물》(怪物, Monster)이다.

2023년 6월 일본에서 개봉한 이 영화는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사카모토 유지)퀴어 종려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전 세계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TMDB 평점 7.9, 126분의 러닝타임 동안 관객의 시선과 판단을 끊임없이 뒤흔드는 이 영화는, 지금 다시 봐도 그 충격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줄거리: “괴물은 누구인가?”

싱글맘 사오리(안도 사쿠라)는 초등학생 아들 미나토(쿠로카와 소야)의 행동에서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다. 갑자기 머리카락을 자르고, 물건을 잃어버리고, 차 안에서 뛰어내리려 한다. 학교를 찾아간 사오리는 담임 보리 선생(나가야마 에이타)이 미나토에게 폭력을 행사했다는 의심을 품게 된다. 하지만 학교 측의 대응은 형식적인 사과뿐. 분노한 사오리는 진실을 파헤치려 하지만, 사건의 실체는 그녀가 상상한 것과는 전혀 다른 곳에 있었다.

이 과정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미나토의 친구 요리(히이라기 히나타)의 존재가 드러나고, 영화는 같은 사건을 세 개의 시점—어머니, 교사, 아이들—으로 반복하며 ‘괴물’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근본적으로 해체한다.

괴물(2023) 장면

라쇼몽 구조: 세 겹의 진실

《괴물》의 가장 핵심적인 미학은 라쇼몽 구조다. 구로사와 아키라의 1950년 걸작 《라쇼몽》이 같은 사건을 네 명의 증언으로 보여줬다면, 고레에다는 이 구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같은 시간대의 같은 사건이 세 번 반복되지만, 매번 전혀 다른 감정과 의미를 띤다.

첫 번째 시점: 어머니 사오리. 관객은 사오리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 아들이 괴롭힘을 당하고 있고, 교사는 가해자이며, 학교는 은폐하려 한다. 관객의 분노가 치솟는다. 우리는 즉시 보리 선생을 ‘괴물’이라고 판단한다.

두 번째 시점: 교사 보리. 같은 장면들이 완전히 다른 맥락으로 펼쳐진다. 보리 선생은 결코 가해자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나름대로 아이들을 보호하려 했지만, 학교의 관료주의와 미디어의 마녀사냥에 짓밟힌 피해자였다. 첫 번째 파트에서 느꼈던 관객의 확신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세 번째 시점: 아이들. 미나토와 요리의 세계. 여기서 영화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두 아이 사이에 싹트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감정, 그리고 그것을 ‘괴물’이라고 규정하려는 어른들의 세계. 이 마지막 파트에서 관객은 비로소 모든 퍼즐이 맞춰지는 것을 경험하며, 동시에 가장 깊은 감동을 받게 된다.

고레에다의 새로운 도전

흥미로운 점은 《괴물》이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처음으로 자신이 각본을 쓰지 않은 영화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의 영화들—《아무도 모른다》, 《걸어도 걸어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어느 가족》—은 모두 감독 본인이 각본을 쓴 작품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카모토 유지라는 신예 각본가에게 펜을 맡겼다.

결과는 놀라웠다. 사카모토 유지의 각본은 2023년 칸 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했다. 고레에다 특유의 섬세한 인간 관찰에 사카모토의 정교한 서사 구조가 더해지면서, 고레에다의 필모그래피 중에서도 가장 정교하게 설계된 작품이 탄생했다. 사카모토 유지는 이 각본의 핵심 구조에 대해 “관객이 자신의 편견을 자각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이 영화는 칸 영화제에서 퀴어 종려상도 수상했다. 퀴어 종려상은 칸 영화제에서 LGBTQ+ 주제를 다룬 최우수 작품에 수여되는 상으로, 《괴물》이 단순한 학교 폭력 드라마가 아니라 훨씬 더 깊은 층위의 이야기를 품고 있음을 시사한다.

사카모토 류이치의 유작 OST

《괴물》의 음악은 전설적인 작곡가 사카모토 류이치가 맡았다. 그리고 이것이 그의 마지막 영화 음악이 되었다. 사카모토 류이치는 2023년 3월 28일 세상을 떠났고, 《괴물》은 같은 해 6월에 개봉했다.

사카모토 류이치는 《마지막 황제》(1987)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음악가다. YMO(옐로 매직 오케스트라)의 멤버로 전자음악의 선구자이기도 했던 그가 생의 마지막 순간에 남긴 이 음악은, 최소한의 피아노 선율만으로 영화의 감정을 극대화한다.

특히 세 번째 파트, 미나토와 요리가 비밀 아지트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장면에서 흐르는 피아노 멜로디는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순수하면서도 어딘가 슬픈, 투명하면서도 깊은 울림이 있는 그 음악은, 사카모토 류이치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었다. 두 아이의 세계가 얼마나 연약하고 소중한 것인지를 음악이 말해준다. 거장의 마지막 선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들으면 더욱 가슴이 먹먹해진다.

괴물(2023) 장면

배우들의 연기: 아이들이 빛나다

안도 사쿠라는 일본 영화계 최고의 배우 중 한 명답게 사오리의 불안과 분노, 그리고 죄책감을 완벽하게 표현한다. 《만비키 가족(어느 가족)》에서도 그랬듯, 그녀는 감정을 폭발시키지 않으면서도 관객의 심장을 조이는 연기의 달인이다. 학교에 항의하러 갔다가 교장의 무성의한 대응에 분노하는 장면, 아들의 진심을 끝내 이해하는 마지막 순간의 표정—모두 안도 사쿠라이기에 가능한 연기다.

나가야마 에이타의 보리 선생은 관객의 시선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보이는 캐릭터다. 첫 번째 파트에서는 미움의 대상이지만, 두 번째 파트에서는 동정의 대상이 된다. 이 극단적인 전환을 자연스럽게 소화한 나가야마의 내공이 돋보인다.

하지만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두 아이다. 미나토 역의 쿠로카와 소야와 요리 역의 히이라기 히나타는 전문 아역 배우가 아님에도 놀라운 연기를 보여준다. 고레에다는 전통적으로 아역 배우 연출에 탁월한 감독이다. 《아무도 모른다》의 야기라 유야에게 칸 남우주연상을 안긴 전력이 있는 그답게, 이번에도 아이들의 자연스럽고 진실한 감정을 이끌어냈다. 특히 미나토와 요리가 버려진 전철 안에서 만들어낸 자신들만의 세계는, 어른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만 피어날 수 있었던 우정(혹은 그 이상)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영화가 묻는 것: 진짜 ‘괴물’은 누구인가

《괴물》이라는 제목은 영화를 관통하는 질문이다. 영화 속에서 “괴물”이라는 단어는 여러 번 등장한다. 미나토는 자신이 괴물인지 두려워하고, 요리는 아버지로부터 “괴물”이라는 말을 듣는다. 학교와 미디어는 보리 선생을 괴물로 만든다.

하지만 영화가 세 번째 시점에 이르렀을 때, 관객은 깨닫게 된다. 진짜 괴물은 특정한 개인이 아니라, 타인을 이해하지 못하고 성급하게 판단하는 우리 모두의 시선 속에 있다는 것을. 불완전한 정보로 누군가를 단죄하고, 자신의 편견을 진실이라 믿는 것—그것이야말로 이 영화가 가리키는 ‘괴물’의 정체다.

이 주제는 SNS 시대에 더욱 날카로운 울림을 갖는다. 단편적인 정보만으로 누군가를 공격하고, 맥락 없이 분노하는 현대 사회의 모습이 영화 속 학교와 미디어의 행태에 그대로 투영된다.

또한 영화는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 대해서도 질문한다. 아이들의 순수한 감정이 어른들의 기준에서 ‘비정상’으로 규정되는 순간, 그 기준 자체가 폭력이 된다. 고레에다는 이 메시지를 설교하지 않고, 그저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세계를 보여줌으로써 관객 스스로 깨닫게 만든다. 이것이야말로 거장의 연출력이다.

트리비아 & 비하인드

  • 칸 영화제 2관왕: 《괴물》은 2023년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과 퀴어 종려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어느 가족》(2018)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데 이어, 칸과의 인연을 이어갔다.
  • 사카모토 류이치의 마지막: 암 투병 중이던 사카모토 류이치는 《괴물》의 음악 작업을 마친 뒤 2023년 3월 28일 71세로 별세했다. 영화가 칸에서 상영될 때 그의 음악이 흐르자 많은 관객이 눈물을 흘렸다고 전해진다.
  • 고레에다의 첫 타인 각본: 30년 넘는 경력에서 처음으로 다른 작가(사카모토 유지)의 각본으로 연출한 작품이다. 고레에다는 “내가 쓰지 않았기에 오히려 연출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 아역 배우 캐스팅: 쿠로카와 소야와 히이라기 히나타는 오디션을 통해 발탁되었다. 고레에다는 두 아이에게 대본을 미리 주지 않고, 촬영 당일에 장면별로 상황만 설명하는 독특한 연출 방식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일본 내 흥행: 일본 박스오피스에서 약 45억 엔의 수익을 올리며 고레에다 작품 중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뒀다.

총평: 시간이 지나도 빛나는 걸작

평가 항목 점수
스토리/각본 ★★★★★
연출 ★★★★★
연기 ★★★★★
음악 ★★★★★
메시지/여운 ★★★★★
총점 9.5 / 10

《괴물》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필모그래피에서도 최고 수준의 작품이다. 라쇼몽 구조를 단순한 서사적 장치가 아닌, 관객의 편견을 자각시키는 도구로 활용한 각본의 정교함, 아이들의 세계를 존중하면서도 그 속에 깊은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낸 연출의 섬세함, 그리고 사카모토 류이치의 유작이 된 음악의 아름다움—이 모든 것이 한 편의 영화에 담겨 있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한동안 멍해진다. “괴물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극장을 나와서도, 며칠이 지나서도 계속 맴돌게 된다. 그리고 우리가 일상에서 얼마나 쉽게 누군가를 ‘괴물’로 만들어버리는지 돌아보게 된다. 그것이야말로 위대한 영화의 힘이다.

이 영화를 좋아했다면 추천하는 작품

  • 《어느 가족》(2018, 고레에다 히로카즈) — 가족의 의미를 묻는 고레에다의 칸 황금종려상 수상작. 사회의 그늘에 숨은 비혈연 가족의 이야기.
  • 《아무도 모른다》(2004, 고레에다 히로카즈) — 어른에게 버림받은 아이들의 생존기. 야기라 유야가 칸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작품.
  • 《버닝》(2018, 이창동) — 같은 사건을 다른 시점으로 해석하게 만드는 미스터리한 구조. 진실의 모호함을 탐구하는 한국 영화의 걸작.

《괴물》은 현재 OTT 플랫폼에서 감상할 수 있다. 조용한 밤, 집중할 수 있는 환경에서 한 번, 그리고 세 시점의 연결고리를 찾으며 두 번째 감상을 강력히 추천한다. 두 번째 관람에서야 비로소 보이는 복선들이 이 영화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 이 글에 사용된 이미지의 저작권은 해당 영화의 제작사 및 배급사에 있으며, 리뷰 목적으로 인용되었습니다. 영화 정보 출처: TMDB(The Movie Datab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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