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개봉 이후 지금까지 회자되는 영화가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인류 최악의 비극을 10살 소년의 눈으로, 그것도 코미디로 풀어낸 조조 래빗(Jojo Rabbit)이 바로 그 작품이다.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은 나치 독일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유머와 따뜻함으로 감싸 안으며, 증오가 어떻게 학습되는지, 그리고 사랑이 어떻게 그 증오를 녹이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개봉한 지 6년이 넘은 지금 다시 봐도, 이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는 여전히 강렬하고 유효하다.
기본 정보
| 원제 | Jojo Rabbit |
| 개봉 | 2019년 10월 18일 |
| 감독 | 타이카 와이티티 |
| 장르 | 코미디 / 전쟁 / 드라마 |
| 러닝타임 | 108분 |
| 출연 | 로먼 그리핀 데이비스, 토마신 맥켄지, 스칼렛 요한슨, 타이카 와이티티, 샘 록웰 |
| 음악 | 마이클 지아키노 |
| 제작비 | 1,400만 달러 |
| 전세계 흥행 | 약 8,247만 달러 |
줄거리
제2차 세계대전 말기 독일. 10살 소년 조조 베츨러는 열렬한 나치 추종자다. 그의 유일한 친구는 상상 속의 히틀러로, 조조에게 항상 용기를 북돋아 주는 존재다. 독일 소년단(히틀러 유겐트)에 참가한 조조는 그러나 토끼를 죽이지 못하는 여린 마음 탓에 ‘조조 래빗’이라는 놀림을 받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수류탄 사고로 얼굴과 다리에 부상까지 입는다.
집에서 회복하던 어느 날, 조조는 벽장 뒤에 숨어 있는 유대인 소녀 엘사를 발견한다. 어머니 로지가 몰래 숨겨준 것이었다. 처음에는 공포와 적대감으로 가득했던 조조는 엘사와 대화를 나누며 조금씩 변화해 간다. 세상이 가르친 증오와 눈앞의 따뜻한 현실 사이에서, 조조의 세계관은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연출 분석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의 연출은 한마디로 ‘유머로 포장한 비수’라 할 수 있다. 영화의 전반부는 비틀즈의 독일어 버전 “Komm, gib mir deine Hand”가 흘러나오며 경쾌하게 시작된다. 히틀러 유겐트 캠프는 마치 여름 캠프처럼 묘사되고, 아이들은 신나게 뛰어다닌다. 하지만 이 밝은 톤은 관객의 방어를 낮추기 위한 전략이다.
와이티티는 찰리 채플린의 <독재자>(1940)의 전통을 이어받아, 풍자의 칼날로 파시즘을 해부한다. 히틀러를 10살짜리의 상상 속 친구로 격하시킨 것 자체가 이미 강력한 풍자다. 이 ‘상상 속 히틀러’는 조조가 성장하며 점점 왜소해지고, 결국에는 거부당한다. 이 과정이야말로 세뇌에서 벗어나는 한 인간의 성장을 가장 명쾌하게 보여주는 장치다.
촬영 역시 인상적이다. 촬영감독 미하이 말라이마레 주니어는 동화적이면서도 선명한 색감을 구현했다. 조조의 세계는 밝고 따뜻한 색으로 채워져 있지만, 전쟁의 현실이 침투할 때마다 톤이 미묘하게 변한다. 특히 로지의 신발이 등장하는 장면은 단 하나의 쇼트로 관객의 심장을 멈추게 하는, 영화 역사에 남을 연출이다.
연기 분석



이 영화의 가장 큰 발견은 단연 로먼 그리핀 데이비스다. 당시 12세였던 데이비스는 연기 경험이 거의 없었음에도, 열렬한 나치 소년에서 사랑을 깨달은 아이로의 전환을 놀랍도록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코미디 타이밍과 감정 연기를 동시에 해내는 그의 역량은 경이로운 수준이었고, 골든 글로브 뮤지컬·코미디 부문 남우주연상 후보에까지 올랐다.
스칼렛 요한슨은 어머니 로지 역으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전쟁의 한복판에서도 삶의 기쁨을 잃지 않으려 애쓰는 로지는, 조조에게는 물론 관객에게도 따뜻한 등대 같은 존재다. 신발 끈을 매는 법을 가르치는 장면, 춤을 추는 장면 하나하나가 모성과 저항의 아름다운 결합이다.
토마신 맥켄지는 엘사 역으로 조용하지만 강인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두려움 속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엘사의 모습은 맥켄지의 절제된 연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후 <라스트 나잇 인 소호>, <파워 오브 더 독> 등으로 이어지는 그녀의 커리어를 생각하면, 이 작품은 맥켄지의 잠재력을 처음 확인한 중요한 작품이기도 하다.


타이카 와이티티는 감독이면서 동시에 상상 속 히틀러를 연기했다. 폴리네시아계 유대인인 그가 히틀러를 연기한 것 자체가 이미 통쾌한 풍자다. 어딘가 모자라고 유치한 이 히틀러는 조조의 세뇌된 의식의 투영이며, 와이티티는 이 캐릭터를 지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절묘한 톤으로 소화했다.
샘 록웰은 클렌젠도르프 대위로 출연해, 전쟁에 환멸을 느끼면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아이들을 보호하려는 복잡한 인물을 매력적으로 그려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의 그의 선택은 큰 여운을 남긴다.
음악과 사운드
마이클 지아키노의 스코어는 영화의 동화적 톤과 완벽하게 맞물린다. 그러나 이 영화의 음악적 선택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오리지널 스코어보다 기존 곡들의 활용이다. 영화는 비틀즈의 “I Want to Hold Your Hand” 독일어 버전으로 시작해, 데이비드 보위의 “Heroes” 독일어 버전 “Helden”으로 끝난다. 영국과 미국 록 음악을 독일어로 부른 버전을 사용한 것은, 문화가 국경을 넘어 보편적이라는 영화의 주제와 맞닿아 있다.
톰 웨이츠의 “I Don’t Wanna Grow Up”이 흘러나오는 장면은 조조의 강제된 성장과 절묘하게 맞물리며, 로이 오비슨의 음악은 로지의 자유로운 영혼을 대변한다. 이처럼 선곡 하나하나에 의미를 담은 점은 와이티티 감독의 섬세한 감각을 보여준다.
비하인드 & 트리비아
원작과 각색: 이 영화는 크리스틴 르넌스의 소설
캐스팅 비화: 로먼 그리핀 데이비스는 전 세계에서 진행된 오디션에서 발탁되었다. 와이티티 감독은 수천 명의 아이들을 만났으며, 데이비스를 처음 봤을 때 “이 아이가 조조”라고 확신했다고 한다. 데이비스의 쌍둥이 형제 길비와 하디도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했다.
히틀러 연기 결심: 와이티티 감독은 히틀러 역을 맡는 것에 대해 고민했지만, “유대인 폴리네시아인이 히틀러를 연기하는 것만큼 히틀러를 모욕하는 방법은 없다”라고 결론 내렸다. 그의 어머니가 유대인이며, 이 영화를 자신의 유대인 정체성과 깊이 연결시켰다.
촬영지: 영화는 체코 프라하와 주변 마을에서 촬영되었다. 체코의 고풍스러운 건축물이 1940년대 독일 소도시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재현했다.
수상 이력: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색상을 수상했으며, 작품상, 여우조연상(스칼렛 요한슨), 의상디자인상, 미술상, 편집상 등 총 6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는 관객상(People’s Choice Award)을 수상했는데, 이 상은 아카데미 작품상의 강력한 전조로 여겨진다.
흥행 성적: 1,400만 달러의 제작비로 전 세계에서 약 8,247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상업적으로도 성공을 거두었다. 특히 입소문을 통해 롱런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논란과 평가: 개봉 당시 나치즘을 코미디로 다루는 것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일부 비평가들은 홀로코스트를 가볍게 다룬다고 비판했지만, 다수의 비평가와 관객들은 오히려 유머를 통해 증오의 본질을 더 효과적으로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이 영화를 좋아한다면
인생은 아름다워 (La vita è bella, 1997) —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주연의 이탈리아 영화로, 역시 홀로코스트라는 비극을 아버지의 사랑과 유머로 승화시킨 걸작이다. 조조 래빗과 가장 자주 비교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더 보이 인 더 스트라이프드 파자마스 (The Boy in the Striped Pajamas, 2008) — 아이의 시선으로 홀로코스트를 바라본다는 점에서 조조 래빗과 맥이 닿는다. 다만 톤은 훨씬 무겁고 비극적이다.
헌트 포 더 윌더피플 (Hunt for the Wilderpeople, 2016) — 같은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의 작품으로, 따뜻한 유머와 성장 서사가 매력적인 뉴질랜드 영화다. 와이티티 특유의 톤을 좋아한다면 반드시 챙겨보길 권한다.
총평
조조 래빗은 “증오는 배우는 것”이라는 단순하지만 심오한 진실을 이야기한다. 릴케의 시 구절 “모든 것을 경험하라. 아름다움도, 공포도”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웃음과 눈물을 오가며 관객에게 사랑의 힘을 역설한다. 개봉 6년이 지난 지금, 혐오와 편견이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기승을 부리는 시대에, 조조 래빗의 메시지는 오히려 더 절실해졌다. OTT 플랫폼에서 언제든 감상할 수 있으니, 아직 보지 못한 분들에게 진심으로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 스토리 | ★★★★☆ |
| 연출 | ★★★★★ |
| 연기 | ★★★★☆ |
| 음악 | ★★★★☆ |
| 비주얼 | ★★★☆☆ |
| 총점 | 8 / 10 |
이미지 출처 안내
본 글에 사용된 영화 포스터, 스틸컷 및 배우 프로필 이미지는 TMDB (The Movie Database)에서 제공받았습니다. 해당 이미지의 저작권은 각 영화 배급사 및 관련 권리자에게 있습니다.
This product uses the TMDB API but is not endorsed or certified by TMD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