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의 마법이 스크린 위에 내려앉다
2003년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처음 막이 오른 뮤지컬 《위키드》는 20년 넘게 전 세계 관객을 사로잡아 온 메가 히트작이다. L. 프랭크 바움의 《오즈의 마법사》를 전복적으로 재해석한 이 작품은, 우리가 ‘악녀’로만 알고 있던 서쪽의 마녀 엘파바의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2024년, 존 M. 추 감독의 손끝에서 이 전설적인 뮤지컬이 마침내 실사 영화로 태어났다. 개봉한 지 약 17개월이 흐른 지금, OTT와 스트리밍을 통해 이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시점이 된 만큼, 차분히 되돌아보며 이 영화가 남긴 것들을 짚어본다.

작품 정보
| 제목 | 위키드 (Wicked) |
| 감독 | 존 M. 추 (Jon M. Chu) |
| 개봉일 | 2024년 10월 16일 |
| 러닝타임 | 162분 |
| 장르 | 드라마, 로맨스, 판타지 |
| TMDB 평점 | 6.9 / 10 (2,912명 평가) |
| 예산 / 수익 | 1억 5,000만 달러 / 7억 5,800만 달러 |
| 음악 | 스티븐 슈워츠, 존 파웰 |
| 태그라인 | “마법 같은 운명의 시작, 누구나 세상을 날아오를 수 있어” |
줄거리 — 선과 악의 경계에 선 두 마녀의 기원
진정한 힘을 아직 발견하지 못한 엘파바와, 진정한 본성을 발견하지 못한 글린다. 두 사람은 오즈의 마법 학교 쉬즈 대학에서 처음 만난다. 정반대의 성격—내성적이고 소외당하는 초록 피부의 엘파바와, 화려하고 인기 많은 글린다—임에도 불구하고, 둘은 예상치 못한 깊은 우정을 쌓아간다. 그러나 마법사의 초대로 에메랄드 시티를 방문하게 되면서, 두 사람은 오즈 왕국의 이면에 감춰진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이 순간이야말로, 하나는 ‘착한 마녀 글린다’로, 다른 하나는 ‘사악한 서쪽의 마녀’로 불리게 될 운명의 갈림길이 된다.

캐스팅 — 무대와 스크린의 완벽한 가교
신시아 에리보 (엘파바 역)
이 영화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단연 엘파바 역의 신시아 에리보(Cynthia Erivo)다. 토니상 수상 경력의 브로드웨이 베테랑인 그녀는, 뮤지컬 《더 컬러 퍼플》에서 이미 무대 위의 압도적 존재감을 증명한 바 있다. 신시아 에리보가 스크린 위에서 ‘Defying Gravity’를 부르는 장면은, 이 영화가 존재해야 할 이유를 단 한 곡으로 설명해낸다. 엘파바라는 캐릭터가 품고 있는 분노, 슬픔, 결의가 그녀의 보컬을 통해 한 치의 거짓 없이 전달된다.
아리아나 그란데 (글린다 역)
글린다 역을 맡은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의 캐스팅은 발표 당시부터 화제였다. 세계적인 팝스타가 연기 영역으로 본격 전환한 이 프로젝트에서, 그란데는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를 보여주었다. 글린다의 화려하면서도 때로는 어딘가 공허한 면모를 그란데 특유의 밝은 에너지로 표현해냈다. 특히 코미디 타이밍이 돋보이는데, 글린다의 과장된 제스처와 자기 확신에 찬 태도를 자연스럽고 사랑스럽게 소화했다.

화려한 조연진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양자경(Michelle Yeoh)이 마담 모리블 역을 맡아 위엄 있는 존재감을 발휘하고, 조나단 베일리(Jonathan Bailey)가 피예로 역으로 출연해 매력적인 로맨스 라인을 형성한다. 오즈의 마법사 역에는 제프 골드블룸(Jeff Goldblum)이, 딜라몬드 박사 역에는 피터 딘클리지(Peter Dinklage)가 캐스팅되어, 각자의 개성으로 오즈의 세계에 깊이를 더했다.
존 M. 추 감독의 비전 — 뮤지컬 영화의 새로운 문법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즈》(2018)로 할리우드 메이저 감독의 반열에 오른 존 M. 추 감독은, 화려한 시각적 스펙터클을 구축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가진 인물이다. 《위키드》에서 그는 162분이라는 긴 러닝타임 동안 관객의 시선을 놓지 않기 위해, 뮤지컬 넘버 하나하나를 독립적인 시각적 경험으로 설계했다. 에메랄드 시티의 압도적인 스케일, 쉬즈 대학의 고풍스럽고 따뜻한 분위기, 엘파바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클라이맥스 장면의 카메라 워크까지—각 장면이 뮤지컬 무대의 한계를 넘어 영화적 언어로 재탄생했다.
다만 162분이라는 러닝타임은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원작 뮤지컬 2막 구조의 전반부만을 다루고 있어, 이야기의 전개가 다소 느리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캐릭터의 감정선을 충분히 발전시키기 위한 선택이라는 점에서, 후반부에 해당하는 속편 《위키드: 포 굿》(2025년 11월 공개 예정)과 함께 놓고 보면 이 호흡이 더 적절하게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

음악 — 스티븐 슈워츠의 넘버가 스크린에서 울려 퍼지다
《위키드》의 음악은 원작 뮤지컬의 작곡가 스티븐 슈워츠(Stephen Schwartz)가 직접 참여했으며, 영화 스코어는 존 파웰(John Powell)이 맡았다. 브로드웨이에서 수만 회 공연을 통해 검증된 넘버들—’Defying Gravity’, ‘Popular’, ‘The Wizard and I’, ‘What Is This Feeling?’—이 영화의 사운드 디자인과 오케스트레이션을 통해 한층 더 웅장하게 재탄생했다.
특히 ‘Defying Gravity’는 이 영화의 정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작 뮤지컬에서 1막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 곡은, 엘파바가 자신의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세상의 편견에 맞서 비상하는 순간을 담고 있다. 신시아 에리보의 라이브 레코딩 보컬과 존 파웰의 오케스트라 편곡이 만나, 소름이 돋을 정도의 감정적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이 한 장면만으로도 극장 관람의 가치가 충분했다는 평이 이어졌을 정도다.
흥행 성적과 반응 — 1.5억 투자, 7.58억 회수
1억 5,000만 달러의 제작비를 투입한 《위키드》는 전 세계적으로 7억 5,800만 달러의 수익을 기록하며 상업적으로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는 투자 대비 약 5배에 달하는 수익률로, 뮤지컬 영화 장르에서도 손꼽히는 성과다. TMDB 기준 평점 6.9점(2,912명 참여)은 대중적 호감과 비평적 엇갈림이 공존했음을 보여준다.
호평의 중심에는 캐스팅과 비주얼이 있었다. 신시아 에리보와 아리아나 그란데의 케미, 압도적인 프로덕션 디자인, 그리고 원작 뮤지컬의 정수를 살리면서도 영화적으로 확장한 연출이 찬사를 받았다. 반면 일부에서는 2부작 분할로 인한 서사적 미완결감, 162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 대한 피로감을 지적하기도 했다.

《오즈의 마법사》 프리퀄로서의 의미
《위키드》는 단순한 리메이크나 스핀오프가 아니다. 1939년 영화 《오즈의 마법사》, 그리고 그 원작인 L. 프랭크 바움의 소설에서 단순한 악역으로만 그려졌던 ‘서쪽의 사악한 마녀’에게 목소리를 부여하는 작업이다. 왜 엘파바는 ‘사악한 마녀’가 되었는가? 그 레이블은 누가, 어떤 이유로 붙인 것인가? 이 질문은 단순히 판타지 세계관 안에 머물지 않는다. 타자를 규정하는 권력, 편견과 낙인, 그리고 진실을 말하는 자가 치러야 할 대가라는 보편적 주제로 확장된다.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원작 소설 《위키드: 서쪽 마녀의 삶과 시대》(1995)에서 출발한 이 이야기는, 브로드웨이 뮤지컬(2003)을 거쳐 이제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가장 넓은 관객층에 도달했다. 각 매체를 거칠 때마다 이야기는 조금씩 다듬어지고 확장되었지만, 핵심 메시지—”악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는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다.
스트리밍으로 다시 만나는 《위키드》
극장 개봉 이후 약 17개월이 지난 지금, 《위키드》는 OTT 플랫폼을 통해 가정에서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에메랄드 시티의 압도적 스케일이나 ‘Defying Gravity’의 소름 끼치는 클라이맥스는 극장의 대형 스크린과 사운드 시스템에서 더 극대화되는 경험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스트리밍 감상에서도 이 영화의 핵심 가치—탄탄한 캐릭터 서사, 두 주연의 케미, 아름다운 음악—는 충분히 전달된다.
특히 스트리밍 환경의 장점을 활용해볼 만하다. 162분이라는 러닝타임이 부담스럽다면 중간에 나누어 감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뮤지컬 넘버의 가사를 자막으로 따라가며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는 점도 가정 감상의 매력이다. 2025년 11월에 공개될 속편 《위키드: 포 굿》을 앞두고, 지금이야말로 1편을 (재)감상하기에 최적의 타이밍이다.
총평 — 불완전하지만 찬란한 비상의 서막
《위키드》는 완벽한 영화는 아니다. 2부작 분할로 인해 이야기가 중간에 끊기는 느낌을 주고, 162분이라는 러닝타임이 모든 관객에게 쾌적하지는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가 해낸 것들—20년 된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현대 관객에게 생생하게 소개한 것, 신시아 에리보라는 걸출한 배우에게 엘파바라는 역할을 스크린 위에서 구현할 기회를 준 것, 그리고 “선과 악은 누가 정하는가”라는 질문을 7억 달러짜리 블록버스터 안에 담아낸 것—은 충분히 의미 있는 성취다.
TMDB 평점 6.9점이라는 숫자는, 이 영화가 극찬과 아쉬움 사이 어딘가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숫자만으로는 담아낼 수 없는 감정적 경험이 이 영화에는 분명히 존재한다. 엘파바가 빗자루 위에 올라 하늘로 날아오르는 그 순간, 극장에서든 거실의 스크린 앞에서든, 관객의 마음도 함께 부유하는 경험. 그것이 《위키드》가 가진 마법이다.
본 리뷰에 사용된 영화 정보 및 이미지는 TMDB(The Movie Database)에서 제공받았습니다. 본 포스팅은 TMDB의 데이터를 활용하였으나, TMDB가 본 콘텐츠를 보증하거나 인증한 것은 아닙니다.
이미지 출처 안내
본 글에 사용된 영화 포스터, 스틸컷 및 배우 프로필 이미지는 TMDB (The Movie Database)에서 제공받았습니다. 해당 이미지의 저작권은 각 영화 배급사 및 관련 권리자에게 있습니다.
This product uses the TMDB API but is not endorsed or certified by TM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