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CU(DC 유니버스)의 두 번째 극장판 슈퍼걸(Supergirl)이 드디어 한국 관객을 만났다. 밀리 앨콕이 카라 조엘로 분한 이 작품은 크레이그 길레스피 감독이 연출하고, 제이슨 모모아가 우주 현상금 사냥꾼 로보로 합류하며 DCU의 새로운 페이지를 열었다. 톰 킹과 빌퀴스 에블리의 DC 코믹스 슈퍼걸: 우먼 오브 투모로우(2021-22)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제임스 건과 피터 사프란이 프로듀서를 맡아, 올해 초 흥행에 성공한 슈퍼맨에 이어 DCU 세계관의 확장을 본격화한다.
슈퍼걸 기본 정보
| 원제 | Supergirl |
| 감독 | 크레이그 길레스피 |
| 각본 | 아나 노게이라 |
| 원작 | 톰 킹·빌퀴스 에블리 슈퍼걸: 우먼 오브 투모로우 |
| 출연 | 밀리 앨콕, 제이슨 모모아, 이브 리들리, 마티아스 스후나르츠, 데이비드 코렌스웻 |
| 장르 | 액션 / 모험 / SF |
| 개봉일 | 2026년 6월 23일 (한국) / 6월 26일 (미국) |
| 러닝타임 | 108분 |
| 제작비 | 1억 7,500만 달러 |
| 제작 | DC 스튜디오 / 워너 브라더스 |
줄거리 — 크립톤의 잔해 위에서 자란 소녀
카라 조엘은 사촌 칼 엘(슈퍼맨)과 달리 지구에서 자라지 않았다. 그녀는 파괴된 크립톤 행성의 잔해 위에서 가족과 이웃이 하나둘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성장했다. 지구에서 따뜻한 부모 아래 자란 슈퍼맨이 희망의 상징이 되었다면, 카라는 상실과 분노를 안고 살아가는 전혀 다른 종류의 크립톤인이다.
23번째 생일, 카라는 반려견 크립토와 함께 은하계 여행을 떠난다. 그 과정에서 젊은 외계 소녀 루시에 마이 놀(이브 리들리)을 만난다. 루시에의 아버지는 잔인한 전사 크렘(마티아스 스후나르츠)에게 살해당했고, 소녀는 복수를 위해 카라에게 도움을 청한다. 처음에는 관여하길 꺼리던 카라지만, 루시에의 결의에 마음이 움직여 함께 크렘을 추적하는 위험한 여정에 나선다. 그 과정에서 우주 최강의 현상금 사냥꾼 로보(제이슨 모모아)와도 맞닥뜨리게 된다.

연출 — 크레이그 길레스피의 우주
크레이그 길레스피 감독은 아이, 토냐(2017)와 크루엘라(2021)로 이미 비주얼 스토리텔링에 탁월함을 증명한 바 있다. 슈퍼걸에서도 그의 강점은 유감없이 발휘된다. 영화 속에는 총 9개의 행성이 등장하며, 각 세계마다 고유한 시각적 정체성을 부여했다. 크립톤 잔해의 황폐한 아르고 시티부터 화려한 외계 문명까지, 세계관 구축에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9개 세계에 각각 고유한 언어를 부여한 점이다. 이 중 6개는 이 영화를 위해 새롭게 창조된 언어로, 밀리 앨콕은 크립톤어를 비롯한 여러 언어를 직접 익히며 촬영에 임했다. “언어를 말하면서 동시에 연기를 해야 하니 흥미로운 도전이었다”는 앨콕의 인터뷰처럼, 이 디테일은 각 세계의 몰입감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
다만 108분이라는 러닝타임 안에 9개 세계를 소화하다 보니, 일부 행성은 스쳐 지나가듯 등장한다는 아쉬움도 있다. 길레스피 감독의 비주얼 감각은 좋지만, 세계관의 깊이보다는 속도감에 무게를 둔 선택이 체감된다.
출연진 — 밀리 앨콕과 제이슨 모모아


밀리 앨콕 — 카라 조엘/슈퍼걸
하우스 오브 더 드래곤의 젊은 레이니라 타르가르옌으로 전 세계적 주목을 받은 밀리 앨콕이 카라 조엘로 변신했다. 제임스 건은 그녀를 두고 “내 커리어 최고의 캐스팅”이라고 극찬했는데, 시사회 반응을 보면 그 말이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초기 반응에서 앨콕의 연기는 거의 만장일치 호평을 받았다.
앨콕은 촬영 두 달 전부터 매일 2시간씩 스턴트 훈련에 돌입했고, 약 4개월 반에 걸친 촬영 기간 동안에도 매일 1시간 반 일찍 일어나 체력 관리를 이어갔다. 카라의 분노와 상처를 설득력 있게 연기하면서도, 루시에와의 관계에서 보여주는 불편한 다정함이 캐릭터에 깊이를 더한다.
제이슨 모모아 — 로보
마인크래프트 무비에서 유쾌한 카리스마를 보여준 제이슨 모모아가 이번에는 DC 코믹스의 악명 높은 우주 현상금 사냥꾼 로보로 돌아왔다. DCEU에서 아쿠아맨으로 활약했던 모모아가 완전히 다른 캐릭터로 재탄생한 셈이다. 비평가들 사이에서 모모아의 로보는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적절한 분량으로 등장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관객이 로보의 단독 작품을 기대하게 만든다.
마티아스 스후나르츠 — 크렘



벨기에 출신의 실력파 배우 마티아스 스후나르츠(불스헤드, 러스트 앤 본)가 빌런 크렘을 맡았다. 크렘은 “노란 언덕의 크렘”이라 불리는 잔인한 전사로, 루시에의 아버지를 살해한 장본인이다. 스후나르츠의 물리적 존재감은 확실하지만, 초기 비평에서는 크렘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다소 평면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밀리 앨콕과 모모아의 카리스마에 비하면 빌런의 매력이 부족한 것이 이 영화의 아킬레스건이다.
한편 이브 리들리가 연기한 루시에는 이 영화의 감정적 축을 담당한다. 복수를 향한 소녀의 결의와 카라와의 관계가 스토리의 핵심 동력이 되며, 젊은 배우의 진지한 연기가 돋보인다. 데이비드 코렌스웻은 슈퍼맨으로 카메오 수준으로 출연하지만, DCU 연결고리를 확인하는 반가운 등장이다.
음악과 사운드
클라우디아 사르네가 작곡한 슈퍼걸의 OST는 우주 여행의 광활함을 표현하는 오케스트라 사운드와 크립톤의 비극을 담은 전자음의 조합이다. 한스 짐머의 슈퍼맨 테마처럼 강렬한 인상을 주는 시그니처 멜로디가 아쉬운 편이지만, 각 행성별로 다른 음악적 색채를 부여한 시도는 9개 세계의 개성을 살리는 데 일조한다.
비하인드 스토리 — 밀리 앨콕의 슈퍼걸이 되기까지
“밀리는 촬영이 진행되는 내내 점점 더 뛰어난 슈퍼걸로 진화했다. 그녀의 캐릭터 해석은 거칠고 과감했고, 제작진이 의도한 모든 것을 담아냈다.” — 크레이그 길레스피 감독
밀리 앨콕의 캐스팅은 제임스 건이 하우스 오브 더 드래곤에서 그녀의 연기를 보고 확신했다고 알려져 있다. 오디션 과정에서 앨콕은 카라의 분노와 취약함을 동시에 보여주는 연기로 제작진을 사로잡았다.
촬영 전 준비는 만만치 않았다. 앨콕은 두 달간 매일 2시간씩 집중 스턴트 훈련을 받았고, 촬영 기간 4개월 반 동안에도 매일 새벽에 일어나 체력 훈련을 이어갔다. 또한 영화에 등장하는 9개 언어 중 크립톤어를 비롯한 여러 외계 언어를 직접 학습했는데, 이 중 6개는 이 영화를 위해 완전히 새로 만들어진 언어라는 점에서 그 도전의 깊이를 짐작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제작 과정에서 데이비드 코렌스웻의 슈퍼맨 분량이 추가되었다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DCU 세계관 연결성을 강화하기 위해 슈퍼맨 등장 장면과 복수 엔딩이 재촬영 과정에서 보강되었다. 이는 제임스 건이 DCU의 장기 플랜을 얼마나 치밀하게 관리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흥행 전망과 손익분기점
슈퍼걸의 제작비는 1억 7,500만 달러로, 마케팅비를 포함한 손익분기점은 약 3억 1,500만 달러로 추산된다. 미국 개봉 첫 주말 예상 수익은 5,500만 달러 이상으로, 더 플래시(2023)의 개봉 성적보다 낮은 수치다. DC 브랜드에 대한 관객의 피로감이 여전히 걸림돌이지만, 긍정적 입소문이 퍼지면 롱런 가능성도 열려 있다.
원작과의 차이 — 슈퍼걸: 우먼 오브 투모로우
원작인 톰 킹의 슈퍼걸: 우먼 오브 투모로우(2021-22)은 DC 코믹스 중에서도 독특한 톤을 가진 작품이다. 기존 슈퍼히어로 서사보다는 서부극에 가까운 복수 여행기로, 슈퍼걸의 내면적 성장에 초점을 맞춘다. 영화는 이 원작의 핵심 구조(카라-루시에의 복수 여정)를 충실히 따르면서도, 로보의 비중을 대폭 확대하고 슈퍼맨과의 연결고리를 추가해 DCU 확장 영화로서의 역할도 수행한다.
원작 팬 입장에서는 톰 킹 특유의 시적 내레이션과 루시에의 1인칭 시점이 영화에서 어떻게 번역되었는지가 관전 포인트다. 원작의 어둡고 성찰적인 톤이 블록버스터 포맷 안에서 어느 정도 유지되느냐가 평가를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다.
이 영화를 좋아한다면 — 추천 작품
- 조커(2019) — DC 히어로물의 공식을 깬 또 다른 시도. 슈퍼걸이 슈퍼히어로의 내면적 상처에 집중했다면, 조커는 빌런의 탄생을 사회적 맥락에서 파헤친 작품이다.
- 캡틴 마블(2019) — 우주를 배경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성 히어로 서사. 슈퍼걸과 비교하며 보면 두 스튜디오의 접근법 차이가 흥미롭다.
- 토르: 러브 앤 썬더(2022) — 우주 곳곳을 떠도는 히어로의 여정이라는 구조가 슈퍼걸과 닮아 있다.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 특유의 유머가 가미된 점이 차별점.
총평: 10점 만점에 7점
슈퍼걸은 DCU의 미래를 건 중요한 작품이면서 동시에 한 소녀의 성장담이기도 하다. 밀리 앨콕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와 제이슨 모모아의 로보가 이 영화를 끌어올리지만, 평면적인 빌런과 다소 성급한 세계관 투어가 발목을 잡는다. 9개 세계, 9개 언어라는 야심찬 설정은 감탄을 자아내지만, 108분이라는 러닝타임 안에서 모든 것을 충분히 소화하기엔 벅찬 감이 있다. 그럼에도 DCU 리부트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작품이며, 극장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감상해야 그 비주얼의 진가를 느낄 수 있다.
| 스토리 | ★★★☆☆ |
| 연출 | ★★★★☆ |
| 연기 | ★★★★☆ |
| 음악 | ★★★☆☆ |
| 비주얼 | ★★★★☆ |
| 총점 | 7 /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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