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A24가 또 한 번 관객의 신경을 갈고 있다. 〈싱 오브 마이셀프(Sick of Myself)〉, 〈드림 시나리오(Dream Scenario)〉로 평단의 주목을 한 몸에 받은 노르웨이 감독 크리스토퍼 보글리(Kristoffer Borgli)가, 이번에는 미국 할리우드의 가장 뜨거운 두 얼굴 — 젠데이아와 로버트 패틴슨을 데리고 결혼식 일주일 전의 약혼 커플 이야기를 들고 왔다. 제목은 단순하다. 〈더 드라마(The Drama)〉. 그러나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정말 끔찍한 과거를 가진 사람이라면, 나는 그 사람을 계속 사랑할 수 있을까?”

4월 3일 북미 개봉 직후 단 며칠 만에 SNS와 평단을 둘로 갈라놓은 이 영화는, 결국 제작비 2,800만 달러로 전 세계 1억 2,2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A24의 흥행 신화에 또 한 줄을 보탰다. 로튼토마토 토마토미터 76%, 평론가 합의(consensus)는 “토널 외줄타기를 인상적으로 해낸 작품”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그 외줄 아래에는 깊은 논쟁의 골짜기가 있다. 본 글에서는 〈더 드라마〉의 줄거리부터 출연진, 충격적인 결말의 해석, 그리고 영화를 둘러싼 논란까지 모두 정리한다.
더 드라마 기본 정보 — 개봉일, 출연진, 러닝타임
| 원제 | The Drama |
| 감독·각본 | 크리스토퍼 보글리 (Kristoffer Borgli) |
| 주연 | 젠데이아, 로버트 패틴슨 |
| 조연 | 마무두 아티, 알라나 하임, 해나 그로스, 시드니 레먼 |
| 제작 | A24, 아리 애스터(Ari Aster) 등 |
| 장르 | 로맨틱 블랙 코미디, 드라마 |
| 러닝타임 | 105분 |
| 월드 프리미어 | 2026년 3월 17일 (LA) |
| 북미 개봉 | 2026년 4월 3일 |
| 전 세계 흥행 | 1억 2,200만 달러 (제작비 2,800만) |

더 드라마 줄거리 — 결혼 일주일 전, 한 통의 고백이 모든 것을 뒤흔든다
엠마(젠데이아)와 찰리(로버트 패틴슨)는 누가 봐도 부러운 커플이다. 브루클린의 좁지만 햇살이 잘 드는 아파트에서 함께 사는 두 사람은 결혼식을 일주일 앞두고 있다. 친구들과의 저녁 모임에서 둘은 농담을 주고받고, 와인 잔이 부딪히고, 누군가는 노래를 부른다. 영화는 이 평화로운 풍경을 길게 보여주며 관객을 안심시킨다. 크리스토퍼 보글리의 영화에서 안심은 곧 함정이다.
다음 날 새벽, 잠 못 이루던 엠마가 찰리에게 무언가를 말하려 한다. 친구 마이크(마무두 아티)와 레이첼(알라나 하임)도 함께 있는 자리에서, 그녀는 천천히 입을 연다. “사실은… 내가 고등학교 때, 학교 총기 난사를 계획한 적이 있어.” 카메라는 흔들리지 않는다. 흔들리는 것은 보는 사람의 호흡이다.
엠마는 실제로 총을 쏘지는 않았다. 자신의 동네에서 일어난 또 다른 총격 사건이 같은 또래에게 미친 영향을 직접 본 뒤, 계획을 멈췄다. 하지만 그녀는 한쪽 귀가 들리지 않는다. 찰리에게는 줄곧 “선천적으로 그렇다”고 말해왔던 그 청각 장애가, 사실은 숲에서 혼자 라이플 사격 연습을 하다 입은 부상이었다는 사실까지 영화는 천천히 드러낸다. 7일 동안 — 정확히는 결혼식까지 남은 시간 동안 — 찰리는, 그리고 우리는, 이 폭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
결혼식까지 남은 시간 — 친구들의 분열, 그리고 찰리의 사고
레이첼은 격노한다. 그녀에게 엠마의 고백은 용서의 영역 바깥이다. 마이크는 어떻게든 중립을 지키려 하지만, 그가 엠마와 단둘이 다니는 모습이 잦아질수록 레이첼의 분노는 다른 방향으로도 번진다. 찰리는 결혼식을 미루지도, 진행하지도 못한 채 회사 식당에서 동료 미샤(해일리 벤튼 게이츠)에게 “친구가 이런 얘기를 들었다는데…” 라고 가상의 시나리오인 척 상황을 흘린다.
그리고 다음 날, 결혼식 전날 밤. 패닉에 빠진 찰리는 미샤에게 다가가고, 둘은 거의 잠자리를 가질 뻔한다. 끝까지 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끝까지 가지 않았다는 사실이 면죄부가 되지는 않는다. 결혼식 당일, 식장과 피로연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는 본문 후반의 결말 해석 섹션에서 자세히 다룬다. 미리 말해 두자면, 미샤의 남자친구 블레이크가 어떻게 결혼식장에 도착했는지, 그리고 누가 누구의 이마를 박치기하는지를 본 관객들은 영화관에서 헛기침을 멈추지 못한다.
출연진 — 젠데이아와 로버트 패틴슨, 커리어 하이라이트를 그대로 갱신하다


젠데이아 (Emma 役)
〈챌린저스〉(2024)에서 욕망과 이성을 모두 조율하는 테니스 코치 타시 던컨으로 세계를 사로잡았던 젠데이아는, 이번 작품에서 한 걸음 더 어둡고 더 모호한 영역으로 들어선다. 평론가 가이 로지(가디언)는 “절제(restraint)와 감정적 불투명함(opacity) 사이를 줄타기하다가, 정확히 필요한 순간에만 충격적인 취약함을 드러낸다”고 평했다. 엠마는 관객이 끝까지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캐릭터다. 그리고 그 미스터리야말로 〈더 드라마〉가 〈챌린저스〉의 후광에 기대지 않고 독립적으로 일어설 수 있게 해 주는 가장 큰 동력이다.
흥미로운 비하인드 — 젠데이아는 이 역할을 위해 ASL(미국 수어)을 일부 배웠고, 청각 장애인 컨설턴트와 6주간 작업하며 한쪽 귀의 청력 손실이 일상적인 대화·식사·음악 감상에 미치는 미세한 영향을 연구했다고 알려졌다. 영화 초반, 식당에서 와인 잔이 떨어지는 장면에서 그녀가 반응하는 방향이 미묘하게 어긋나는 컷은 이 연구의 산물이다.
로버트 패틴슨 (Charlie 役)
패틴슨은 〈배트맨〉(2022) 이후 가장 신체적으로 표현력이 풍부한 연기를 보여준다. 버라이어티의 오웬 글라이버먼은 “긴장된 채로 똘똘 말려 있는(tightly coiled) 신체 연기”라고 표현했는데, 실제로 영화 중반 — 엠마의 고백 직후 — 그가 거실에 앉아 있는 단 한 컷의 롱테이크에서 패틴슨은 손가락 하나, 무릎 각도 하나로 5분간 캐릭터의 무너짐을 보여준다.
패틴슨은 한 인터뷰에서 “보글리는 리허설을 거의 안 한다. 대신 카메라가 돌기 직전에 ‘이번 테이크는 이게 진짜 마지막일지도 모르니까’라고 속삭인다. 매 테이크가 시한폭탄이었다”고 회상했다.
마무두 아티 (Mike 役) — 침묵하는 친구

마무두 아티는 〈얼래스카 데일리〉, 〈일라이멘탈〉의 목소리 연기로 이름을 알린 배우다. 마이크 역할에서 그는 거의 말을 하지 않는다. 대신 엠마와 레이첼 사이의 갈등 한가운데에서 양쪽을 바라보는 시선만으로, 친구라는 관계가 도덕적 시험대에 올랐을 때 얼마나 흔들리는지를 보여준다. A.O. 스콧을 비롯한 평론가들이 “이 영화의 진짜 감정적 닻은 마이크”라고 평한 이유다.
알라나 하임 (Rachel 役) — 분노의 대변자

〈리코리쉬 피자〉(2021)에서 폴 토마스 앤더슨에게 발탁돼 단숨에 평단의 신예로 자리잡은 알라나 하임은, 이번 영화에서 가장 즉각적이고 직설적인 도덕적 반응을 맡았다. 레이첼은 엠마의 고백을 들은 순간부터 영화 끝까지 그녀를 용서하지 않는다. 보글리는 이 캐릭터를 통해, 관객 중 적지 않은 비율을 차지할 “나는 이걸 절대 용서 못 한다”는 사람들을 영화 안으로 끌어들인다.
연출 분석 — 크리스토퍼 보글리, 인지 부조화를 다루는 노르웨이의 외과의
보글리는 〈싱 오브 마이셀프〉(2022)에서는 SNS 시대 자기연민의 병리학을, 〈드림 시나리오〉(2023)에서는 니콜라스 케이지를 앞세워 우연한 유명세의 잔혹함을 해부했다. 그의 영화에는 공통적으로 “사회적으로 도저히 처리할 수 없는 정보를 갑자기 마주한 평범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더 드라마〉의 찰리도 그 계보에 정확히 속한다.
연출 측면에서 가장 인상적인 선택은 카메라가 절대로 엠마의 고등학교 시절 플래시백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보글리는 모든 정보를 대사로만, 그것도 식당·차 안·아파트 거실 같은 일상적 공간에서 던져 놓는다. 관객은 영화가 끝나도록 엠마가 정말 어떤 마음으로 그 라이플을 들고 숲으로 들어갔는지를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없다. 이 선택은 어떤 관객에게는 “윤리적으로 책임감 있는 연출”로, 어떤 관객에게는 “감독이 책임을 회피하는 비겁한 선택”으로 읽혔다. 후자의 의견이 슬레이트, 가디언 일부 평론에서 강하게 제기됐다.
음악과 사운드 — 다니엘 펨버턴의 가장 조용한 스코어
〈더 드라마〉의 음악은 다니엘 펨버턴(Daniel Pemberton) 이 맡았다.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의 폭발적 비트로 잘 알려진 그가, 이번에는 거의 들리지 않는 톤으로 일관한다. 105분의 러닝타임 중 본격 스코어가 들어오는 구간은 30분 남짓. 대신 영화는 일상의 노이즈 — 카트 바퀴 소리, 에어컨 윙윙거림, 옆 테이블의 웃음 — 를 활용해 엠마의 한쪽 귀가 듣지 못하는 세계를 관객에게 전이시킨다. 결혼식 장면에서 특정 순간 음향이 비대칭적으로 사라지는 디자인은 이미 사운드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화제다.
결말 해석 — 결혼식, 다이너, 그리고 보글리가 끝내 답하지 않은 질문
⚠️ 이 섹션은 영화의 결말에 대한 결정적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결혼식 당일. 엠마는 레이첼의 공개적 적의를 정면으로 맞아야 한다. 찰리는 전날 밤 미샤와의 사고를 가슴에 묻은 채 식장에 도착한다. 식 자체는 형식적으로 진행되지만, 피로연에 이르러 모든 것이 무너진다. 미샤의 남자친구 블레이크가 식장에 들이닥치고, 찰리의 이마를 박치기로 정확히 가격한다. 엠마는 비 오는 거리를 향해 뛰쳐나간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시퀀스. 둘이 처음 데이트하던 시절 자주 갔던 다이너에서, 비에 흠뻑 젖은 엠마와 이마에 멍이 든 찰리가 다시 마주 앉는다. 두 사람은 둘만 아는 인사이드 조크 — 영화 초반 식당 장면에서 흘러간 농담 — 를 다시 꺼낸다. 찰리가 살짝 웃고, 엠마도 웃는다. 그리고 화면은 암전된다.
이 엔딩에 대한 해석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 “용서와 새 출발”로 읽는 관점 — 보글리는 결국 사랑이 도덕적 판단보다 큰 무언가일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두 사람은 서로를 본 채로, 즉 가장 끔찍한 사실을 알게 된 상태에서, 다시 시작하기로 선택했다.
- “공모와 회피”로 읽는 관점 — 둘은 서로의 비밀(엠마의 과거, 찰리의 외도)을 사실상 무효 처리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것은 회복이 아니라, 윤리적 책임의 상호 면제다. 슬레이트, 가디언은 이쪽으로 기울었다.
보글리 본인은 인터뷰에서 “결말이 도덕적 결론을 내려주길 바라는 관객도 있지만, 나는 인생이 그렇게 정리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두 해석 모두 가능하도록 의도된 디자인이다.
비하인드 & 트리비아 — 아리 애스터, 캐스팅 뒷이야기, 콜럼바인 논란
아리 애스터가 프로듀서로 합류한 이유
〈헤레디터리〉, 〈미드소마〉의 아리 애스터(Ari Aster)가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은 개봉 전부터 화제였다. 애스터는 보글리의 〈싱 오브 마이셀프〉를 본 후 직접 그를 자신의 제작사 스퀘어 페그(Square Peg)로 영입하려 했고, 〈더 드라마〉는 그 첫 결실이다. 애스터는 “보글리는 동시대에 가장 불편한 곳을 정확히 찌르는 감독”이라고 코멘트했다.
젠데이아 캐스팅 비화 — 처음에는 다른 배우였다
보글리가 처음 시나리오를 돌렸을 때 엠마 역으로 거론된 배우는 마고 로비, 안야 테일러조이 등이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젠데이아가 본인이 직접 시나리오를 읽고 보글리에게 연락을 취해 캐스팅이 성사됐다는 것이 데드라인의 보도다. 패틴슨은 “젠데이아가 들어왔다는 말을 듣고 5분 만에 사인했다”고 말했다.
흥행 — A24 역사상 손꼽히는 ROI
제작비 2,800만 달러로 전 세계 1억 2,2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는 것은, ROI(수익률) 측면에서 A24의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문라이트〉 라인업과 어깨를 견주는 성적이다. 무엇보다 “젠데이아·패틴슨 + A24″라는 조합이 글로벌 영 어덜트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됐다는 점에서, 업계는 향후 A24의 캐스팅 전략 변화를 예상하고 있다.
March for Our Lives의 비판과 콜럼바인 유족의 발언
영화는 학교 총기 난사를 “계획만 하고 실행하지 않은 인물”을 주인공급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개봉 직후 논란에 휩싸였다. 총기 규제 단체 March for Our Lives는 영화 마케팅이 사안의 무게를 가볍게 다룬다고 비판했고, 콜럼바인 고등학교 총격 사건 희생자의 아버지 톰 마우저(Tom Mauser)는 “이 영화가 학교 총기 난사범을 인간화(humanize)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보글리와 A24는 공식적 사과 대신, “토론이 일어나는 것 자체가 영화의 의도”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 영화를 좋아한다면 — 함께 볼 만한 작품 추천
- 〈싱 오브 마이셀프〉 (2022) — 보글리의 전작. SNS 시대의 자기연민과 관심 갈망을 다룬다. 〈더 드라마〉의 연출 톤이 어디서 왔는지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작품.
- 〈챌린저스〉 (2024) — 젠데이아의 이전 작품. 욕망과 야망을 가진 캐릭터를 어떻게 다루는지 비교해 보면 흥미롭다.
- 〈마티엠더 옌〉 (2003) — 거스 반 산트의 콜럼바인 모티프 작품. 〈더 드라마〉가 의식적으로 피해 간 시각적 재현을 정반대 방향에서 시도한 영화.
총평: 10점 만점에 7점
| 스토리 | ★★★★☆ |
| 연출 | ★★★★☆ |
| 연기 | ★★★★★ |
| 음악 | ★★★☆☆ |
| 비주얼 | ★★★☆☆ |
| 총점 | 7 / 10 |
〈더 드라마〉는 답을 주지 않는 영화다. 그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올해 가장 짜릿한 105분이 될 것이고, 그것이 회피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가장 답답한 105분이 될 것이다. 분명한 것은 — 젠데이아와 로버트 패틴슨이 두 사람의 커리어에서 가장 위험하고 가장 정밀한 연기를 보여준다는 사실이다. 보글리가 던진 질문에 동의하든, 분노하든, 적어도 극장 문을 나서면서 우리는 한참 동안 그 질문을 들고 다니게 된다. 그것만으로도 〈더 드라마〉는 2026년의 영화로 기억될 자격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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